뜨거운 녹색투자..차가운 녹색펀드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2009.04.27 08:14
글자크기

위탁보다 직접투자 유행...16개 펀드 설정액 47억 불과

“차라리 직접투자하지 뭐 하러 남의 손에 맡겨요” 주식 직접투자 열풍에 대표적인 간접투자상품인 펀드가 맥을 못 추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테마에 편승해 시중자금을 유혹하는 테마주펀드 조차도 투자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녹색바람을 타고 잇따라 출시되고 있는 녹색펀드다. 주식시장은 ‘녹색투자’ 열기로 뜨거운 반면 녹색펀드에는 찬바람만 불고 있다.



녹색펀드 찬바람 쌩쌩
26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녹색성장주에 집중 투자하는 녹색펀드는 16개로 설정액은 모두 합쳐 47억원(23일 기준)에 불과했다. 전체 녹색펀드 중 설정액이 1억원을 넘는 것은 4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12개는 설정액이 1억원 미만으로 이중에는 100만원 미만인 펀드도 4개나 됐다.

그나마 녹색펀드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은 흥국운용의 ‘녹색성장주식Class CW’로 출시 4개월이 지났지만 설정액은 30억원 정도에 그쳤다. 오히려 자금이 빠진 녹색펀드도 있다. 흥국운용의 ‘녹색성장주식Class C 1’는 차익실형성 환매가 몰리면서 설정액이 연초 3억원대에서 1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판매사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강력한 테마주가 형성되면 덩달아 테마주펀드에도 자금이 유입됐는데 최근 녹색펀드는 시장 분위기와는 정반대”라며 “일부 녹색펀드의 경우는 판매가 안되자 자산운용사 임직원이 직접 돈을 넣고 운용하는 것도 있다”고 전했다.

녹색펀드를 내놓은 자산운용사들은 저마다 판매사 확대 등 판매 촉진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썰렁하기만 하다. 운용사 한 관계자는 “출시 초기이긴 하지만 안 팔려도 너무 안 팔린다"며 "펀드를 찾는 고객이 별로 없는데다 은행 등 판매사들도 강화된 펀드판매 규제 때문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뜨거운 녹색투자..차가운 녹색펀드


화난 개미 펀드대신 주식
녹색펀드가 꽉 막힌 펀드시장에 새로운 물꼬를 터줄 것이란 업계의 기대와는 달리 시장에서 맥을 못 추는 것은 개인투자자들이 펀드에 대한 실망감이 커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최근 펀드를 환매해 주식 직접투자에 나서는 ‘앵그리 머니(angry money)’가 늘고 있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팀장은 “지난해 대규모 펀드 손실에 실망한 개인들이 직접투자로 발길을 돌리면서 녹색펀드 등 주식형펀드 잔고가 둔화 또는 감소되고 있다”며 “특히 펀드 구조상 녹색펀드가 기존 주식형펀드와 다를 게 없다는 점도 크게 어필하지 못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녹색성장주에 대한 투자는 직접보다는 간접투자가 바람직하다는 중론이다. 녹색산업이 정부의 정책지원으로 높은 성장성을 보유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기업들의 ‘옥석 가리기’가 안된 상태고, 변동성도 커 자칫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그린에너지 등 녹색산업은 아직 성장 초기단계인데다 관련 기업들 중에서는 실적이 뒷받침 안 되는 무늬만 녹색인 곳도 있다”며 “상대적으로 정보가 취약한 개인들이 무턱대고 투자하는 것보단 관련 펀드에 중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났다”고 충고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