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회복에도 弱달러 전망 봇물, 이유는?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9.04.2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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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트레이드회복·유동성우려·위험선호 등 복합 현상

미국 경제가 회복 신호를 나타냄에 따라 안전 자산으로써의 달러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캐리트레이드의 회복은 이 같은 위험 선호도 및 투자 수요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가 중·장기적으로 약세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美 회복에도 弱달러 전망 봇물, 이유는?


22일(현지시간) 달러/유로 환율은 뉴욕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0.46%(0.59센트) 오른 1.3005달러로 마감했다.(달러 가치 약세)



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달러, 스위스프랑, 스웨덴 크로나 등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지수는 전날보다 0.5% 떨어진 86.19를 기록했다.

달러/유로 환율은 종가기준으로 지난해 11월 1.2454달러까지 떨어진후 12월 17일 1.4420달러까지 반등했다. 그러나 금융 불안으로 달러 매수세가 살아나며 2월 18일 1.2530달러까지 하락했고, 이후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신호가 반영되며 다시 반등세로 돌아섰다.



◇ 달러 약세 전망 이유는?

미국 경제는 최근 바닥을 탈출했다는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보면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면 미국 달러 가치는 상승해야 맞다. 하지만 반대로 달러 약세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달러 가치가 통상적인 흐름을 반영하지 않는 것은 달러가 가진 특수성 때문이다. 달러는 전세계 기축통화 역할을 하면서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가 불안해지만 각국 투자자들은 기대 수익이 낮더라도 달러 자산을 경쟁적으로 매입하며 자산 가치를 보존하려 한다.


그러나 경제가 회복되고 위험에 대한 선호도가 살아나기 시작하면 투자자들은 달러에 대한 수요를 줄이고 위험 자산을 매입하기 시작한다. 이 같은 달러의 특수성이 달러 가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달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 뿐만 아니다. △ 경기회복을 위해 시중에 투입한 막대한 달러 물량 △ 캐리트레이드 재개 등 달러를 둘러싼 복잡한 시장 환경 역시 달러 약세를 이끌 전망이다.



◇ 막대한 유동성, 달러 약세는 대세

미국 정부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에 시름하고 있는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1, 2차 경기부양책(재정정책)과 부실자산인수프로그램(TARP)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시중에 쏟아 부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역시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췄고, 양적 완화 정책을 통해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막대한 유동성이 결국 경기회복시 달러 가치와 미국 경제에 무거운 짐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도널드 콘 FRB 부의장은 최근 "연준의 막대한 유동성 투입이 인플레이션 위협으로 연결될 수 있다"면서 "연준이 유동성 회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골드만삭스도 "미국 정부와 연준이 경제가 회복되는 신호가 나타나면 즉시 금리를 인상하고 빠르게 시중 유동성을 흡수해야 한다"면서 "이를 방치할 경우 경제에 큰 재앙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캐리트레이드 재개, 달러 약세 이끈다

캐리트레이드의 재개도 달러 가치 하락을 이끌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달러와 일본 엔화를 빌려 인도네시아 루피아, 인도 루피, 필리핀 페소 등 아시아 신흥국가 자산에 투자하는 캐리트레이드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캐리트레이드는 지난해 가을 리먼브러더스의 붕괴를 계기로 크게 위축됐다. 그러나 최근 캐리트레이드의 회복은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과 경제 회복의 긍정적 신호로 풀이되고 있다.



캐리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국가의 자금을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달러를 매각해서 다른 국가 자산을 매입하기 때문에 달러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는 제로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인도네시아 7.5%, 인도와 필리핀은 각각 4.75%와 4.5%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도 각각 11.25%와 9.5%의 고금리로 투자 대상으로 각광받고 있다.

결국 이 같은 캐리트레이드 회복은 달러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어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피더레이티드인베스터스의 인합 살리브 펀드매니저는 "경기침체가 끝나게 되면 투자자들은 그동안 안전자산으로 여겨져온 달러와 엔화에 대한 수요를 줄이고 부실 자산들을 사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미 자신이 운용하고 있는 35억달러 규모 펀드에서 달러에 대한 노출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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