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外人, 높은 PER에도 사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9.04.2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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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보다 'PBR'..밸류에이션보다 '실적' 주목

22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하락반전하기도 했지만 막판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연중 최고치에서 마감했다. 장 후반 급증한 외국인 매수세가 수급상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 증시에서 개인들의 매수세가 수급상 주목받고 있지만 정작 4월 순매수 규모로 보면 외국인은 3조1694억원으로 개인(6104억원)에 5배에 달하고 있다. 외국인은 올 들어 코스피시장에서 2월 한달을 제외하고 1, 3, 4월에 계속 순매수를 보이며 총 4조3450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우리 증시의 고평가 논란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순매수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외국인들은 이머징마켓의 고평가 여부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코스피지수가 1300선을 넘어서면서 12개월 이익전망치 기준 주가수익배율(PER)은 13배에 근접해 있다.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도달했던 2007년 하반기보다 높다. 이 때문에 일부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국 증시의 고평가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코스피시장에서 주식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외국인 투자자가 본격적으로 매수에 나서기 시작한 3월 17일 당시에도 코스피지수의 PER은 이미 11배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 상황이었다"며 "밸류에이션 상 저점(2008. 11.4 기준 7.4배)과 비교했을 때, 이미 50%나 상승한 수준인 만큼 당시에도 밸류에이션 부담이 적지 않았지만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밸류에이션 부담을 유발할 정도로 적극적인 매수에 가담한 주체가 외국인 투자자였다"고 밝혔다.

PER로 볼 때 고평가 영역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은 왜 순매수를 계속할까.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시장이 무너져 극단적인 상황에 있을 때 PER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애널리스트들의 기업 실적 추정치는 시장이 극단적인 활황일 때 실제보다 높아지고, 시장이 극단적인 불황일 때 실제보다 낮아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 팀장은 지금같은 시장 상황에서 PER보다는 PBR이 좀더 유용한 지표라고 지적했다. PER이 13배에 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시장의 PBR은 1.1배 수준에 불과하다.

권양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공격적인 매수에 나선 것은 밸류에이션 메리트라기보다는, 실적모멘텀이 바닥을 찍고 올라오는 어닝스 모멘텀의 개선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실적 모멘텀의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급격한 매도세 전환은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며 "다만 실적모멘텀 개선 속도보다 주가상승이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에서 지금의 밸류에이션을 정당화 시킬만한 실적모멘텀 개선이 지속될 것인가는 그만큼 더 민감한 사안이 되었다고 할 수 있어 이번주 삼성전자 실적발표가 이를 확인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의 코스피시장 순매수 여부는 4월 들어 다우지수 움직임과 거의 동조화돼 있다. 다우지수가 상승한 날은 코스피시장에서 매수, 하락한 날은 매도였다. 4월13일 다우지수가 0.32%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4월14일 코스피시장에서 1253억원 순매수를 보인 것을 제외하고 어김없이 이 원칙(?)에 따라 움직였다.


다우지수는 22일(현지시간) 1.04% 하락했다. 모간스탠리의 실적 부진으로 인한 불안감이 장막판 금융주 매물로 이어졌고 GM이 만기 도래 채권을 상환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도 불안요인이 됐다.

다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오히려 0.14% 올랐다. 최근 이틀간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전기전자업종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다우지수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나스닥의 상승은 반가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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