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카드 수수료 불똥' 벌써 현실화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오수현 기자 2009.04.2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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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40년…오해와 진실]<4>

연회비 인상·포인트 축소·무이자 할부 중단…
여론 수렴없는 상한제 도입, 또다른 문제 우려


한나라당과 정부가 추진 중인 '카드가맹점 수수료 상한제'는 무엇보다 카드의 주인인 소비자에게 '혜택 축소'라는 부메랑을 안길 가능성이 높다.

상한제가 도입되면 입법 취지대로 중소가맹점의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된 카드사들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각종 부가서비스를 축소하는 경우 다시 가맹점 매출까지 위축될 여지도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가파른 상향곡선을 그리던 카드사용액 증가세는 지난해 10월 이후 꺾였다. 지난해 1~9월 카드사용액은 월평균 20% 늘었으나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10월에는 증가율이 15.23%로 떨어지고, 11월 이후에는 한자릿수에 그친다.
소비자 '카드 수수료 불똥' 벌써 현실화


아직은 낮은 수준이지만 연체율도 높아져 카드사의 대손충당금 적립부담이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맹점 수수료가 줄어들면 부가서비스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게 카드사들의 입장이다.

소비자들의 우려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카드사들은 취급액 감소와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압박감으로 각종 부가서비스 제공 기준을 강화하는 한편 연회비 인상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 2월부터 신규회원의 연회비를 최고 50% 인상했다. 삼성카드는 보너스포인트 적립기준을 전달 사용실적 10만원 이상에서 직전 3개월 30만원 이상으로 강화했다. 삼성카드는 특히 주요 백화점과 가전제품 매장에서 제공하던 2~3개월 무이자할부서비스를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롯데카드도 포인트 적립기준을 강화했다. 이전까지 롯데카드 회원들은 금액에 상관없이 결제액의 0.2%를 포인트로 적립받았으나 앞으로는 월 30만원 이상 써야 한다. 결제액이 30만원 이하면 적립률이 0.1%로 낮아진다. 최근 신용카드사업을 강화하려는 시중은행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민은행은 다음달부터 KB카드 포인트 적립률을 현행 0.2%에서 0.1%로 축소할 예정이다.

시민단체는 "정부가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부가서비스 축소가 본격화하면 소비자 불만이 높아지고, 결국 카드사에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특히 정부가 가맹점들에 1만원 미만의 소액결제를 거부할 수 권한을 주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 총장은 "부가서비스 축소와 소액결제 거부가 확산되면 카드뿐 아니라 가맹점, 나아가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다"며 "가맹점 수수료 조정은 소비자에게도 민감한 문제여서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가맹점 수수료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주요 이해당사자인 소비자 의견이 배제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수료가 카드사와 가맹점의 문제에서 소비자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카드사들도 좌불안석이다. 정부정책에 따라 가맹점 수수료를 낮춰 부가서비스를 줄이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소비자들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겠느냐는 걱정이다. 자칫 소비자 불만이 정부보다 카드사에 쏟아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카드사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축소된 혜택을 피부로 느끼게 되면 또다른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며 "그동안 카드사와 가맹점의 문제로 국한됐던 수수료 분쟁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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