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도대체 어떤 개미들이기에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9.04.2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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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들 증시 주도… 문의전화 없고 객장도 한산 '의아'

아직 "주식 좀 어떻냐"고 전화를 걸어오는 친구가 없다.

경험상 이맘 때 즈음이면 어떤 종목이 괜찮은지, 앞으로 증시가 얼마나 갈 것인지 등 쏟아지는 물음에 우물쭈물해야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을 법도 싶다. 하지만 올해는 조용하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약간 이상한 일이다.

"요즘 기자들에게 종목 물어보는 사람없죠? 펀드매니저들에게도 그렇다네요. 술자리에서도 주식 이야기는 잘 안나온답니다. 지난해 개인들이 하도 데어 주식 얘기 서로 잘 안한다고 합니다." 증권업계 종사한지 20년쯤 된 전문가의 멘트다. 그는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요즘 주식사는 개인들은 누구일까? 도대체?



증권업계 전문가들도 비슷한 상황에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증시의 주도권이 개인투자자에게 넘어오고 한달여만에 30% 이상 코스피지수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변에서 주식에 대한 이야기는 그다지 많이 들리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최근 분위기에서 펀드의 대량환매가 일어나고, 아기를 등에 업은 주부들이 증권사 객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사진이 큼지막하게 실려야 하지만 그런 정황은 탐지되지 않고 있다. 예전과 비교하면 직장인들이 모이는 술자리에서도 주식 이야기로 떠들썩해야 하는 게 최근 상황에서 일반적인 모습이지만 차분한 분위기다.



최근 증시를 좌우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특징은 어떤 게 있을까. 전문가들은 소아기를 거치는 동안 우여곡절을 겪은 개인투자자들이 각종 학습효과를 통해 청년기를 맞으며 다른 투자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증시를 주도하는 개인투자자들은 각종 정보와 글로벌증시의 흐름을 읽어내고 영리한 두뇌로 장세를 리드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의견이다. 반면 증시에 뛰어들 자신이 없는 개인투자자들은 펀드나 간접투자를 통한 장기투자를 노리며 한층 성숙된 투자문화가 정착되고 있음도 강조됐다.

◇양분되는 개미들


전문가에 따르면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매매패턴 가운데 중요한 포인트는 '개미들도 양분된다'는 것이다. 증시에 적극적으로 진입하는 개미들은 '큰 손'이나 기업 등 선제적으로 증시에 대응하는 자금이 두드러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큰 손'들은 이달 들어 적극적인 '선제공격'을 펼치고 있다. 10억원 이상 대량주문을 낸 개인들의 건수가 급증하는 기미가 뚜렷해지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월 들어 코스피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10억원 이상 일평균 '대량주문' 건수는 지난 20일까지 86건을 기록했다. 3월의 44건에 비해 배 가까이 증가했다.



코스닥시장은 큰 손들의 '집중 관리지역'으로 변했다. 지난 해 10월 이후 올 3월까지 10억원 이상 일평균 주문건수는 매달 많게는 8건, 적게는 3건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43건으로 집계됐다. 코스닥시장의 1만주 이상 일평균 주문건수도 3월 5만2684건에서 5만8710건으로 11.4% 늘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급락장에서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상당한 손실을 입었고 경제상황도 나빠 주식투자에 나설 힘도 비축하지 못한 상태"라며 "최근 유입되고 있는 개미들의 자금은 기업체 사장이나 돈이 있는 사람들의 자금이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 들어오는 계좌에는 뭉칫돈이 들어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른바 기관성 개미가 증시를 주무르고 있다"며 "한 고객이 100억원을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기업들도 낮은 시중금리에 비해 매력도가 높은 증시로 몰려드는 분위기다. 한 코스닥상장업체 IR담당자는 "지난 6~7일 9400원대에 파트론 (7,130원 ▲50 +0.71%)을 개인적으로 1000만원어치 사들였다"고 귀띔했다. 이와 함께 담당 기업도 회사 여윳돈으로 1억5000만원 규모로 같은 종목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해마다 150~200원씩 배당을 해온 특성과 현금배당수익률이 3.9%임을 감안하면 배당만으로도 정기예금 수준"이라며 "최근과 같은 코스닥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된다면 매수가격의 5배까지도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펀드자금의 환매를 통해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자금도 예전에 '증권바닥'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들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주식형 공모펀드의 설정액 추이는 지난 3월말 76조7529억원에서 지난 17일 76조7977억원으로 448억원 증가했다. 반면 사모펀드 설정액은 3월말 8조3458억원에서 지난 17일 8조1659억원으로 1799억원 감소했다.

펀드를 깨서 직접투자에 나서는 개인들은 사모펀드에서 돈을 굴리는 재력가이거나 기업 자금이 중심이라는 방증으로 해석될 수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7,370원 ▲10 +0.1%) 시황분석팀장은 "일선 지점의 투자설명회에 가보면 개인들의 분위기가 예상외로 차분하다는 점에서 놀라고는 한다"며 "현재 증시에 뛰어드는 개인투자자들은 자산가이거나 실력을 갖춘 투자자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 팀장은 또 "적어도 지난해 저점인 890선에서 코스피지수가 100%을 회복하는 1500선까지는 개인투자의 양분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증시가 추가로 급등한다 하더라도 예전처럼 맹목적인 '묻지마 투자'는 찾아보기 힘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성도 겸비

증시 전문가 못지 않은 전문성도 돋보인다는 평가도 받는다. 종목을 직접 발굴하고 집단화 움직임을 보이는 등 '만만한 개미'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활황을 외치며 헛 다리를 짚던 증권사들이나 정보사이트에 의존하는 대신 직접 동호회나 인터넷 카페에서 자발적으로 '집단화'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끼리 동호회를 결성해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다음카페의 증권정보채널, 주식투자로 백억만들기, 부자아빠 주식카페 등 수많은 카페가 있고, 네이버와 팍스넷에도 수많은 주식동호회가 활동하고 있다. 전업투자자들이 연합해 기업탐방을 가는 경우도 많아졌다.

한 투자자는 "예전에는 증권사 보고서에 의존하거나 유료 정보사이트에서 자료를 받았지만 모두 끊었다"며 "네이버나 다음 카페 동호회에서 토론하고 접근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관리'를 위해 홈트레이딩시스템(HTS) 기능을 적극 활용하는 개미들도 많아졌다. HTS를 이용한 자동 로스컷, 자동주문 등 복잡한 매매기법을 구사하는 개인투자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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