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들 "게시물 삭제 함부로 안한다"

머니투데이 장웅조 기자 2009.04.2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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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자율기구, 명예훼손성 게시물 처리정책 확정

앞으로 인터넷 포털에 "내 이름이 들어가는 모든 게시물을 삭제해 달라"는 식의 요청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전망이다.

포털들이 명예훼손성 게시물에 대해 삭제요청을 하는 사람들에게 '명예훼손 사유'와 '해당 게시물의 주소(URL)'을 명시하도록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NHN (166,700원 ▲6,800 +4.25%)·다음 (35,500원 ▲600 +1.72%) 등 7개 포털업체들의 협의기구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이같은 방안을 21일 확정해 발표했다. 이번 KISO의 결정은 인터넷 게시물과 관련된 첫 정책결정으로 네이버, 다음, 네이트, 야후, 파란, 프리챌, 하나포스닷컴 등 7개 회원사의 모든 포털 사이트에 적용된다.



이날 KISO 정책위원회가 발표한 '실명이 거론된 명예훼손성 게시물의 조치를 위한 정책'에 따르면, URL의 적시 없이 삭제 등의 조치를 요구한 때에는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일시적이고 제한적으로 임시조치를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 정보통신망법은 명예훼손을 주장하는 당사자의 요청이 있을 때 사업자가 '지체없이 삭제·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그 구체적인 요건과 사후절차 등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 KISO는 "이번에 그 요건을 합리적인 선에서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부기관 등이 URL의 적시 없이 포괄적 요청을 남발하는 경향에 대해서는, 임시조치(이른바 '블라인드 처리')를 하더라도 이것이 '예외적 조치'로서 '일시적이고 제한적으로만 허용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KISO는 또 피해 당사자의 요청이 없더라도 인터넷 사업자가 자율적 모니터링에 의해 문제의 게시물을 삭제 또는 임시조치 해야 하는 의무와 관련해서는 자칫 '사적 검열(private censorship)'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으나 현재 진행 중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작업과 최근의 대법원 판결 등을 종합 고려해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하고 이번 결정에서는 제외했다.

이밖에 KISO는 △임시조치 이후의 게시물 처리 방침 △포괄적 요청의 처리 절차 등에 대해서도 조기에 논의를 재개해 공동의 처리정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KISO는 당초 이번 정책 마련의 계기가 되었던 이종걸 민주당 의원의 '장자연 리스트' 관련 국회발언 게시물에 대해서는 이번 결정 내용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각 회원사가 자체 원칙에 따라 처리하고 있어 혼선의 여지를 없애겠다는 이유에서다.

김창희 KISO 정책위원장은 "명예훼손성 게시물 문제는 대단히 민감한 사안으로서 KISO의 이번 결정이 모든 범위를 아우르고 있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최근 인터넷 게시물의 책임만 주로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회원사들이 표현의 자유와 책임이라는 두 축 가운데 어느 하나도 희생하지 않으려고 고심하면서 첫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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