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우린 美 카드사와 달라"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9.04.2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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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압박 '닮은 꼴', 미국은 높은 금리가 문제

미국 의회와 오바마 행정부가 신용카드 업계의 불공정 관행을 문제 삼으며 카드업계를 압박하자 한국과 닮은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과 정부가 최근 국내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율을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탓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응이 국내 카드 정책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카드업계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라는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신용카드 사용자들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신용카드 계좌 및 리볼빙 대출과 관련한 정보공시 관행 등을 개선하는 내용의 규칙을 작년말 확정, 오는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은행계나 전업계 카드사들은 최소한 지급일 21일 전에 사용명세서를 보내지 않는 한 고객에게 연체 이자를 물릴 수 없게 된다. 또 계좌 개설 시점에 적용금리를 모두 공시하고 특정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금리를 높일 수 없다.



이와 함께 계약조건 변경이나 벌칙성 금리 인상은 현행 15일 보다 훨씬 긴 45일 전에 고객에게 통지해야 하고, 정기명세서 전면에 주여 변경조건을 공시해야 한다.

미국 의회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주택대출 금리 등을 연체한 고객에게 신용카드 대출 금리를 높이거나 온라인 결제 수수료를 상향 조정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도 강구중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23일(현지시간) 카드업계 대표와의 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업계가 소비자들을 궁지로 몰지 않도록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의회나 행정부의 이런 대응은 신용카드 업계가 무분별하게 신용 공여를 제공하는 바람에 소비자 부채가 늘었고, 이는 이번 금융위기에 일조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특히 최근에는 대규모 공적자금을 받은 씨티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신용카드 대출 금리를 큰 폭으로 높인 게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사실 신용판매 위주의 국내 카드사와 달리 미국 카드업계에선 리볼빙 대출 이자가 전체 수익의 75%를 차지하기 때문에 금리 인상이 소비자들에게 주는 영향은 크다.

반면 현재 국내에서 추진되는 수수료율 상한제와 소액결제 거부 방안은 카드사와 가맹점 간 얽혀있는 수수료 문제에 대한 정책인만큼 소비자가 납부하는 금리 문제를 지적한 미국 상황과는 다르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 카드사들이 이번 미국 카드업계 이슈를 주의깊게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가맹점 수수료 문제와 가계대출 문제는 본질적으로 성격이 달라 이를 국내 상황과 직접적으로 연관시키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에선 신용카드에 대한 새로운 규제가 가계 채무부담 경감 등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되지만 저신용자의 신용이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상당수 은행들은 신용카드 부문에서 손실이 커지자 신용도가 낮은 고객에 대한 대출 금리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올 1분기 순익을 낸 BOA의 경우 신용카드 부문에서 18억 달러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의 8억6700만달러 이익과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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