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부 정책, 믿어도 될까"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9.04.2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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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내 청와대-정부에 대한 불신과 견제 커져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놓고 당론 수렴 실패...왜?
-의욕 앞세운 정부, 당내 갈등 겪는 한나라당

여당 내에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완화를 두고 빚어진 당정 갈등 양상이 대표적이다.

 한나라당 한 중진의원은 21일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 예상되는 효과 등에 대해 미심쩍어 하는 의원들이 많아졌다"며 "집권 2년차를 맞아 청와대와 정부가 각종 정책을 지나치게 밀어붙이는 것 같다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청와대와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면서 당정협의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다"며 "이를 처리해야 하는 여당 입장에서 곤혹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향후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한쪽에 치우치는 법안들이 많은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에 정부 정책에 대한 우려는 △인위적인 유동성 확대에 따른 버블(거품) 발생과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 후 추가 대안 부재 등 크게 두 가지다. 전자는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될 때 나타날 부작용에, 후자는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폐해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종구 의원은 "추경 집행 등 경제정책의 효과와 영향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현재 원/달러 환율, 주가, 금리 등 각종 금융 지표는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과연 이것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 유동성에 따른 자산가격 상승 이후 또 다른 버블 형성과 이에 따른 하락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의원은 "이번 양도세 완화 논란의 배경을 유심히 뜯어봐야 한다"며 "이는 청와대와 정부에 대한 여당의 불신과 견제의 결과일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감지됐다. 송광호 최고위원은 "정부에서 정책을 내놓으면 가끔 (당에서) 다른 의견을 내놓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박희태 대표는 "유니폼식 사고방식을 지양해야 한다는 말"이라며 이에 동조했다. 한 당직자는 "'유니폼'을 '거수기'로 바꿔 이해해도 된다"며 정부가 만들어온 정책에 여당이 무조건 찬성할 수는 없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여당이 반대하고 나서는데 대해 청와대는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속이 편치 않은 것 역시 사실이다. 특히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를 강력히 반대해온 홍준표 원내대표 등에 대해선 당내에서조차 곱지 않은 시선이 적지 않다. "당 중진인 홍 원내대표가 주니어급 의원들을 부추겨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한나라당 한 의원)는 비판이다.

 물론 청와대와 정부측에 혼선과 논란을 조장했다는 의견도 많다. 또 다른 한나라당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을 지나치게 낮춰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있다"며 "여당이 '정책 파트너이자 입법기관'이 아닌 '또 다른 부처'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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