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 금융가 '개미세상' 만개

증권부 기자 2009.04.2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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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ㆍ채권ㆍELSㆍ해외증권 모두 개인 점령

국내 금융시장이 개미군단에 점령당했다. 주식ㆍ채권ㆍELSㆍ해외증권 어느 것 가리지 않고 모두 개인투자자들이 득세하며 금융시장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 꿈틀거리는 부동산시장까지 합치면 전 자산시장이 개미세상이다.

증시로 유입될 예비자금인 고객예탁금이 16조원에 육박하고, 회사채도 개인들의 사자 주문에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국내증시에서 지수가 조정을 받을 기미가 보이면 먹잇감을 향해 굶주린 듯 달려드는 개미떼들로 조정에 대한 전문가들의 예측이 무색할 정도다. 펀드시장에서도 환매 이후 직접 증시로 뛰어드는 개인들이 증가하며 자산운용사(투신)들이 상승장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개미들의 종말은 장렬한 산화"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개인들은 후행적 투자성격이 강해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어 고배를 마시는 경우가 역사적으로 나타났다는 이유에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분위기에 휩쓸려 조급한 나머지 제대로 된 분석없이 금융시장에 뛰어드는 개인들은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며 "외국인이나 기관으로 대표되는 '개미핥기'의 먹이가 된 이후에는 후회해도 소용없다"고 경고했다.

◇여전히 배고픈 개미들"

20일 오전 11시27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지난 주말에 비해 1.08% 내린 1314.59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들은 2614억원을 순매수하며 증시에 적극 가세하는 모습을 보인다.


개인들은 0.6% 약보합으로 마무리된 지난 주말에도 1905억원을 순매수하며 증시를 떠받쳤다. 최근 개인들은 코스피시장에서 7거래일 연속 매수우위를 보이며 1조2564억원을 순매수중이다.

코스닥시장에서도 5거래일 연속 '사자우위'를 나타내며 3871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같은 기간 기관이 코스피시장에서 2조1218억원과 1790억원을 순매도한 대목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개인은 코스피지수가 장중 992.69를 기록한 이후 반등하기 시작한 지난 3월 코스피시장에서 1조9907억원을 순매도했다. 하지만 기관과 외국인이 1조4815억원과 1조2768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코스피지수는 3월에 1206까지 13.5% 급등했다.

이후 코스피지수가 1300선을 웃돌며 본격적인 상승을 시도하면서 개인 매수세는 증가했다. 개인은 4월 들어 20일까지 1984억원을 순매수하며 매수의 불길을 당기고 있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1300선에 올라선 지난 7일 이후 매수세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개인은 7일 이후 코스피시장에서 1조7203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기관이 3조3503억원의 순매도를 나타낸 점과는 비교된다.



고객예탁금도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 15일 16조472억원을 기록하며 사상최고치를 작성하는 등 개인들의 증시 대기자금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2월 한달간 2126억원 줄었던 예탁금은 3월 2조6578억원 증가했다. 특히 4월 들어서는 지난 16일까지 12거래일만에 2조7046억원이 늘어나는 등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펀드 깨서 주식한다"
최근 국내증시의 두드러진 흐름은 주식형펀드의 환매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지난 주(9일~15일)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2040억원(ETF 포함) 감소한 139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ETF를 제외할 경우 국내주식형펀드 설정액은 2560억원 감소하면서 5주 연속 자금이 이탈했다.

주식형펀드 자금이 이탈하면서 높아지는 환매요구에 투신권은 매도로 치중하며 맥을 못추고 있다. 투신은 4월 들어 코스피시장에서 지난 주말까지 2조3950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주식을 팔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모닝스타코리아에 따르면 국내주식형펀드의 1년 손실률은 20.4%로 집계됐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초 코스피지수가 1500선을 유지할 때 국내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20% 안팎의 손실을 감수하고 환매 후 직접투자로 뛰어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주가연계증권(ELS)도 '없어서 못팔 정도'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삼성증권 (44,650원 ▲1,150 +2.64%)이 지난 3월 2~5일 판매한 슈퍼스텝다운 ELS 2234회는 100억 모집에 371억이 모여 3.7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어 판매된 ELS 2339회(3월9~12일)도 150억 모집에 151.7억이 모였다. '앵콜'상품으로 판매한 ELS 2352회도 300억 모집에 199.2억이 모이는 등 3월에 판매한 슈퍼스텝다운 상품 7개 상품에 모두 857억이 집중됐다.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지난 3월 ELS 발행 규모는 58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발행건수도 239건으로 역시 4개월 연속 늘어났다.

특히 원금비조장형에도 매수세가 몰리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3월 ELS의 공모와 사모 비중은 각각 70%와 30%, 원금보장과 원금비보장 비중은 14%와 86%를 나타냈다. 원금비보장형의 비중은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해외투자도 직접



해외주식거래 선두업체인 리딩투자증권은 이달 들어 개인 투자자의 오프라인 주문 거래건수가 하루 500건으로 늘었다. 올초 대비 2배 증가했다.

직접 홈트레이딩시스켐(HTS)으로 매매하는 주문까지 포함하면 하루 건수는 더 늘어났을 것이라는 게 리딩증권의 설명이다.

이 가운데 절반은 상장지수펀드(ETF)다. 특히 미국 금융주 ETF 거래가 가장 많다. 최근 거래가 많은 금융주 ETF는 'FAS'(Direxion Financial Bull 3x Shares)와 'UYG'(ProShares Ultra Financials ETF)이다. FAS는 기초자산 상승시 3배 오르는 레버리지 ETF로 지난 6일 2.64달러였던 게 9.4달러까지 2.5배 올랐다. UYG도 같은 기간 1.5달러에서 3.79달러로 급등했다.



김석진 리딩투자증권 과장은 "미 금융주 실적이 기대 이상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평소 3000만~4000만 건에 불과하던 금융주 ETF 거래량이 두 배로 확 늘었다"고. UYG의 하루 거래량은 1억6000만~1억8000만주에 이른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들 가운데에는 씨티그룹이나 골드만삭스 등 개별 금융주에 직접 투자하기도 한다. 리딩증권에 따르면 한 거액 자산가는 씨티그룹에 3억원을 투자해 1주일새 30% 수익을 봤다고 한다. 씨티그룹 주가는 지난 3월2일 97센트에 매수해 현재 3.83달러. 한달여만에 짭짤한 수익을 거둔 셈이다.

김 과장은 "미 금융주 투자로 최고 10배 수익을 기대하는 경우도 있다"며 "수익 기대치가 워낙 높아 세금 부담은 개의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회사채 시장도 개미점령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회사채 시장에서도 개인들의 매수세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1273억원의 순매수에 그쳤던 개인 회사채 매매는 지난 1월 3392억원, 2월 3652억원, 3월 361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4월에는 지난 17일까지 3473억원을 개인들이 순매수했다.

지난해 말에 비해 개인들의 순매수 규모가 2.7배 가량 불어난 셈이다.



윤여삼 대우증권 (8,590원 ▲110 +1.30%) 연구원은 "지난해 말부터 신용채권 금리가 떨어지면서 우량 기업 뿐 아니라 비우량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도 늘자 증권사에서 지점 회사채 판매를 크게 늘렸다"며 "은행의 저금리와 주식시장 불안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노릴 수 있는 회사채로 개인들의 투자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채권시장에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윤 연구원은 "회사채는 같은 신용등급이더라도 일부 유동성 위험이 있는 업종의 경우 좀 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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