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협동 한국형시스템 마련해야

더벨 하진수 기자 2009.04.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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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원개발M&A]⑦정부·공기업 주도하되 민간과 연계 중요

이 기사는 04월16일(09:06)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중국과 일본에 비해 해외 자원개발 시장 후발주자인 한국은 그동안 일본형 자원개발 시스템을 유지해왔다. 해외 자원개발시 실질적으로 운영을 담당하기 보다는 컨소시엄 참여 등을 통해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하지만 자원 확보가 향후 국가 경쟁력 제고의 결정적인 요소로 인식되면서 언제까지 일본형 시스템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외 자원개발 기업에 대한 인수에 나설 경우 과반소유(Majority) 투자를 진행하는 중국형시스템이 안정적인 자원 확보에 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중국형 시스템을 따라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100% 국영기업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는 중국과는 달리 우리로서는 재원한계 등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민간 기업을 배제한 채 공기업만으로 해외 자원개발을 추진 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결국 실질적인 경영을 통해 자원개발에 대한 노하우를 쌓을 수 있는 중국형 방식으로 방향성을 가져가되, 국영기업과 민간기업간의 연계를 통한 한국형시스템을 구축하는 '운영의 묘'를 살려야 된다는 주장이다.



정부 당국도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과 해외로 진출하고자 하는 민간기업간 연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촉진하려고 노력중이다.


정부는 한국석유공사(KNOC), 한국가스공사(KOGAS), 한국광물자원공사(KORES) 등 에너지 공기업들을 앞장세워 미개척 자원보유국에 진출, 자원개발에 나서는 한편 민간기업의 판로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일례로 지난해부터 광물자원공사는 LS니꼬와 함께 멕시코 볼레오 동광산 지분인수 및 볼리비아 꼬로꼬로 동관산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석유공사도 페루의 석유개발회사 페트로텍의 유전 지분을 인수하며 국내기업의 중남미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문제는 막대한 투자비용과 리스크가 수반되는 해외자원개발의 특성상 자원보유국과의 협상을 주도할만한 대형 공기업이 우리나라에는 없다는 점이다.

중국석유천연가스유한공사(CNPC, 세계 5위)나 오앤지씨(ONGC, 세계 31위)를 앞세워 자원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 인도 등에 비해 우리나라 해외자원개발의 대표주자격인 석유공사(95위)만 살펴봐도 그 규모나 경쟁력 면에서 한참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자원확보를 위한 자금동원 능력이 경쟁국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중국의 경우 2조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활용해 자원보유국에 대한 정치ㆍ경제적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일례로 러시아와 베네수엘라에 각각 250억달러, 120억달러의 차관 지원을 약속하는가 하면 아프리카 48개국을 대상으로는 100억달러 규모의 부채를 탕감해주며 아프리카 시장 선점에 성공했다.

이병철 지식경제부 자원개발총괄과장은 "투자재원 확충을 통해 해외자원개발시 금융애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여러 지원 방안들은 추진 중"이라며 "외화채권 발행, 매장량담보 차입(RBF) 등을 통해 현지 외화조달을 활성화하는 한편 정부출자 확대, 기관투자자의 재무적 투자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형 시스템을 도입하기까지 해외 M&A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오너십을 가져오는 해외 인수합병(M&A)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은 우리나라의 취약점으로 꼽힌다.

해외 M&A의 특성상 일반적인 절차 이외에 해당 국가의 세제나 법규를 파악하고 협상기간이나 현지의 승인절차 등에 대한 다양한 고려가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은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신(新)자원 민족주의도 해외자원개발에 나설 때 반드시 고려해야하는 사항 가운데 하나다.



중국민메탈공사(China Minmetals)의 프로미넌트힐(Prominent Hill) 동ㆍ금광 인수에 대해 호주 정부가 승인 거부 결정을 내렸던 사례나, 지난 2월 중여하남알루미늄유한공사(Chinalco)의 리오틴토(Rio Tinto) 지분 인수에 대한 호주 정부의 승인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해외 자원 인수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 자원이 풍부한 후진국이 자원을 무기화했다면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자원 민족주의가 약했던 다른 국가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에너지 확보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국가안보측면에서 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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