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만 10번째' 장수생 "상한연령 폐지 어쩌지?"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2009.04.1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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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느 고시생들과 마찬가지로 고등고시 고시 장수생들도 합격여부를 확인하는 순간이 가장 떨린다. 부모님 얼굴과 주위 사람들 얼굴, 그리고 자신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까지 떠오르는 순간이다.  ↑ 여느 고시생들과 마찬가지로 고등고시 고시 장수생들도 합격여부를 확인하는 순간이 가장 떨린다. 부모님 얼굴과 주위 사람들 얼굴, 그리고 자신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까지 떠오르는 순간이다.


16일 발표된 행정고시 1차 합격자의 평균 나이는 26.2세. 지난해(25.9세)보다 약간 높아지긴 했지만, 최근 행정고시 합격자의 평균연령은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답답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여러 차례 낙방을 경험한 이른바 고시 '장수생'들이다. 점차 많아지는 나이에 그들의 불안감도 함께 깊어지고 있다.



서혜진(32·가명)씨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국내 최고 대학을 졸업한 서혜진씨는 행시 경험만 10여차례에 이른다. 합격 문턱에 다다르기도 했다. 마지막 면접 전형에서 고배를 마시긴 했지만, 실력은 인정받았다고 생각했다. 벌써 5년 전 일이다.

그러나 이후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1차 시험 합격 후 2차 시험 불합격, 다시 1차 시험 불합격을 반복했다. 올해 시험에서도 1차 합격자 명단에 그녀의 이름은 없었다. 힘을 실어주던 주위의 목소리는 점차 회의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처럼 고시생들은 수많은 난관에 봉착하게 되지만, 여전히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한두 문제 차이로 불합격하는 경우가 많아 다음에는 꼭 합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까지 공부한 것이 아깝다는 생각도 저버릴 수 없다.

무엇보다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대학 재학 때부터 고시에만 매달려왔던 장수생들은 다른 직업을 선택할 기회가 드물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데다 내세울만한 경력 역시 없다.

물론 현실적인 이유로 '큰 마음 먹고' 7·9급 공무원 시험으로 선회하는 장수생들도 있다. 그러나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수험생들이 많아지면서 그것마저 합격하기가 쉽지 않다. 이래저래 수심이 가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 생활하며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박한구씨는 "올해로 31살인데 나이가 나이인만큼 취업도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뒷바라지하면서 합격을 빌어주는 부모님 볼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부터 공무원 시험 응시 상한연령 제한이 풀리면서 행정고시에 연령제한마저 사라졌다. 지금까지 행정고시의 연령제한은 만 32세였다. 연령제한이 사라지면서 30세 이상 고시생들의 응시 기회는 늘어났지만 이마저도 반갑지만은 않다.



시험 횟수가 늘어난다고 합격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령제한이 풀린 올해 행정고시 1차 시험에서 33세 이상 합격자는 전체의 1.7%에 불과했다.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고시생은 "과거부터 연령제한이 없었던 사법고시처럼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 중에도 장수생이 늘어날 것 같다"며 "일종의 마약과 같은 고시에서 손을 떼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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