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집값, 더 떨어질까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대학원 원장 2009.04.1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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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집값, 더 떨어질까


부동산가격의 적정성을 평가할 때 흔히 사용하는 지표로, 자본화율(cap. rate)이라는 지표가 있다. 임대료를 부동산가격으로 나눈 값으로, 주식시장의 용어를 빌리자면 배당률 정도에 해당하는 지표다.

자본화율이 지나치게 낮을 경우, 부동산가격은 고평가돼 있다고 볼 수 있으며, 반대로 자본화율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에는 저평가돼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자본화율이 어느 정도여야 부동산가격이 적정 수준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다. 일반적으로 임대료가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에서는 자본화율이 낮고, 임대료의 성장속도가 느린 지역에서는 자본화율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장이자율에 따라 자본화율의 적정 크기도 달라진다. 시장이자율이 높으면 자본화율도 높아야 하고, 시장이자율이 낮으면 자본화율도 낮아야 정상이다. 시장이자율에서 자본화율을 뺀 비율을 보면, 부동산가격의 적정성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서울시 아파트가격의 경우, 1990년 이래 3번의 가격 급락을 경험하였다. 첫 번째 가격급락은 1990년 초부터 시작하여 1993년까지 이어져 왔으며, 두 번째 가격급락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1년 가까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세 번째 가격급락은 세계경제의 위기에 따라 2008년부터 진행되고 있다. 이 세 기간 동안 '회사채수익률-자본화율' 비율은 모두 2%p 수준을 넘었다.

한편 같은 기간에 두 차례의 가격 상승이 있었다. 첫 번째는 1996년부터 외환위기 직전까지이며, 두 번째는 2000년부터 작년 상반기까지이다. 이 두 기간 동안 '회사채수익률-자본화율'은 -2%포인트 이하의 수준을 보였다. 따라서 회사채수익률에서 자본화율을 뺀 비율이 -2%포인트와 2%포인트의 중간에 해당하는 0%포인트 내외에 있을 경우, 대략적이나마 주택가격은 적정수준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2009년 3월말 현재 서울시 아파트의 평균적인 자본화율은 5.0% 수준이고, 회사채수익률은 6.14%다. 회사채수익률에서 자본화율을 빼면 1.16%포인트가 남는다. 아직은 주택가격이 적정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이 차이가 0%포인트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회사채수익률이 더 떨어지거나 가격이 좀 더 떨어져야 한다.


4월 들어 서울의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의 시세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경제지표가 생각만큼 나쁘지 않은데다가 금융기관들이 조금씩 대출 문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때의 경험도 한 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아직 침체국면 속에 있고, 세계금융위기가 끝나지 않은 점을 들어 강남 일부 지역의 시세가격 상승을 일시적이며 국지적인 현상으로 보는 것 같다. 또 일부 전문가는 2차적인 가격하락을 거론하기도 한다. 현재로서는 가격상승 요인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므로 2차 가격 쇼크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가격조정이 2차적으로 있을지 없을지는 시장이자율의 향방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자율이 계속 하락한다면 추가적인 주택가격의 하락이 없어도 '시장이자율-자본화율'은 0%포인트 이하로 내려갈 수이다.

그러나 시장이자율이 하락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가격조종이 불가피할 것이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날지는 사전에 아무도 알 수 없다. 당분간은 그 방향성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는 것같다.

▲ 서울시 아파트의 ‘회사채수익률-자본화율’ 추이<br>
▲ 서울시 아파트의 ‘회사채수익률-자본화율’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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