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도 삼밭에선 곧게 자란다

양광모 휴먼네트워크연구소(HNI) 소장 2009.04.1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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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내 편으로 만드는 법]봉생마중 불부이직(蓬生麻中 不扶而直)(하)

편집자주 양광모 휴먼네트워크연구소 소장은 인간 관계와 커뮤니케이션에 관해 외교통상부 등 정부 부처와 삼성생명 코오롱 등 주요 기업에서 오랫동안 강의를 해왔다. 저서로는 '인간관계의 맥을 짚어라(청년정신)' '100장의 명함이 100명의 인맥을 만든다(북북서)' 등이 있다.

쑥도 삼밭에선 곧게 자란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황당한 문자였지만 역시 개인적인 사정이나 안 좋은 추억이 있는 것이리라 생각하며 책을 보내지 않겠다는 내용으로 답신을 보내었다. 이렇게 좋지 않은 내용으로 두건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나니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하루 종일 마음이 답답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 CEO들이 왜 이런 식으로 대인관계를 하는 것일까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착잡한 마음에 잘 안마시던 커피를 한 잔 뽑아들고 담배까지 한가치 입에 물었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양광모 후배님 되십니까? "

"네, 제가 양광모입니다"



"아, 반갑습니다. 나 학교 선배 되는 사람입니다. 지난번에 보내 준 책 잘 읽고 있는데 이번에 또 보내준다고 하니 너무 고마워 전화했습니다. 언제 시간이 되면 점심이라도 대접하고 싶은데 괜챦을까요?"

"아! 정말 고맙습니다. 선배님이 시간될 때 알려주시면 찾아뵙겠습니다."

"그래요. 다음주 월요일에 점심을 같이하죠. 장소는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3호선 안국역 인근에 있는 충청도집이라는 식당에서 실제로 U선배님을 만나게 되었다. U선배는 얼마 전까지 청와대 경호실장을 지내다 퇴임하였다. 흔히 경호실장을 생각하면 권력의 실세로 어두운 면을 떠오르기 쉬운데 U선배는 그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직업 공무원이였다.

경호실에서 26년을 근무하였고 그러한 능력과 공적을 인정받아 내부승진으로 경호실장에 올랐다. 식사를 하며 말씀을 들어보니 매우 소탈한 성품을 지닌 분이라는 것을 한번에 느낄 수 있었다. 오랜기간 경호업무에 종사하면서도 틈틈이 서예를 익혀 곧 전시회가 예정되어 있었고, 섹소폰 실력도 상당한 수준으로 경호실 근무시에는 섹소폰연주동호회도 만들어 활동했다고 한다. 2시간에 걸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며 기분 좋은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인맥관리를 연구해 오며 몇 가지 결론을 내린 사실들이 있다. 그중의 한가지는 "인맥관리는 운명관리"라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인맥관리는 확률게임"이라는 것이다. 학자들의 조사를 봐도 그렇고 실제로 내가 살아온 인생을 돌이켜 봐도 그렇다. 내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졌고, 앞으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따라서 항상 좋은 만남, 좋은 인연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그 런데 많은 사람을 만나 봐도 좋은 인연이 되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내가 직접 체험하고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00명의 사람을 만났을 때 좋은 인맥으로 발전되는 사람의 수는 평균 14명 에 불과하다.

위에서 이야기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70명에게 문자를 보냈을 때 불과 단 한사람만 답신을 보내온 것도 마찬가지 확률이다. 따라서 좋은 인연을 만들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것이다. 많이 만나지 않으면서 좋은 인맥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로또복권을 한 장 사고 당첨되기를 바라는 것과 다르지 않은 확률이다.

그리고 인맥관리는 확률게임이라는 생각과 함께 명심해야 할 것은 만남도 결국 노력에 달려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내가 70명의 임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한번만 보내고 포기했다면 아마도 S선배와의 만남은 없었을 것이다. 두 번째 문자를 보내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만남이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좋은 인맥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만남을 가지도록 노력하되 꾸준한 정성을 함께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쉽게 친해지지 않는다고 끊거나 포기하는 것은 인간관계의 본질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인간관계는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산삼이 아니라 5,6년 땀과 노력 정성이 있어야 만들어지는 인삼이다.

옛말에 봉생마중 불부이직(蓬生麻中 不扶而直), 백사재날 여지구흑(白沙在涅 與之俱黑)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옆으로 퍼져 자라는 쑥이 삼밭에서 자라면 부축해 주지 않아도 똑바르게 자라고, 흰모래가 검은 흙과 섞이면 함께 검어진다는 뜻이다. 식물과 광물도 이러하거늘 사람이야 두말 해서 무엇하겠는가.

내가 누구를 만나고 누구와 함께 있느냐가 사람의 일생과 운명을 좌우한다. 좋은 만남이 좋은 인연을 낳고, 좋은 인연이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새로운 만남, 좋은 만남을 많이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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