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않고 차라리 술을 마셨더라면…

오를린 디미트로 성균관대 SKK GSB 교수 2009.04.18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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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지상특강]7회. 도덕적으로 방만한 기업에 투자 말아야

투자 않고 차라리 술을 마셨더라면…


"노텔(Nortel)사의 주식 1000달러어치를 일 년 전에 구입했다면, 지금 49달러가 돼 있을 겁니다. 엔론(Enron)사 주식 1000달러어치는 16.5달러가 돼있겠네요. 월드컴(World Com)의 경우라면 5달러도 안 남았겠군요.

차라리 버드와이저(주식이 아니라 맥주)를 1000달러어치 샀더라면 맥주를 다 마시고 남은 캔 보증금 10센트씩만 모아도 214 달러를 벌었을 겁니다. 위의 경우에 비춰 볼 때, 제가 드릴 투자 조언은 술을 많이 마시고 캔이나 재활용 하라는 겁니다." (인터넷 투자 블로그에 올린 익명의 조언)



기업의 부도덕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마도 첫 기업이 탄생한 순간부터 존재해왔을 것이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다양한 예가 존재한다. 300년 전 영국 남해회사 (South Sea Bubble) 포말사건(18세기 초 영국 남해회사의 주가를 둘러싼 투기사건)은 1800년대 미국의 투기 광풍으로 이어져 폭동, 도산, 자살과 철도 추문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너무나 많은 기업 스캔들이 일어났기에 사람들도 무감각하게 "다음은 어떤 회사지?"하고 물을 정도가 돼버렸다. 기업 스캔들의 원인 및 결과를 면밀히 검토하고 파악하고자 애쓰는 것은 금융 시장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기업의 부정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덜 알려진 기업 스캔들 사례 중 일부를 간추려 보았다.



▶사례 1. 기업 총수의 공금 횡령-영국 폴리펙(Polly Peck)사

폴리펙이라는 기업의 런던 사무소는 내부 통제가 전혀 없었기에 총수인 아질 나디르(Asil Nadir)가 기업의 런던 은행 계좌에서 엄청난 금액을 인출하도록 내버려 뒀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도산했다. 나디르는 회계 부정과 관련된 18개 혐의와 4800만 달러의 횡령 혐의를 받았으나 부인했다.

나디르는 350만 파운드에 달하는 보석 시효가 만료되자마자 영국을 떠났고, 잘 알려지지 않은 터키령 사이프러스 공화국 북부에서 망명자로 살고 있다. 1994년 나디르 소유의 호텔은 미납 세금을 변제하기 위해 차압당했고, 나디르의 키브리스 엔더스트리(Kibris Endustri) 은행은 은행 업계에 위험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2002년 터키시 키프러스(Turkish Cypriot) 중앙 은행에 인수, 합병됐다.


폴리펙의 회계사 세 명은 합동 징계 조사반 비용 12만5000파운드 및 벌금 백만 파운드를 지불해야 했다. 폴리펙사사의 이사들 또한 회계 부정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사례 2. 그룹 계열사간 회계 부정-이탈리아 파르마라트(Parmalat) 그룹



2003년 12월, 유가공 업계 선두기업인 파르마라트그룹은 도산했고 재무 재표 상 수 많은 부실이 존재함을 인정한 뒤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수십억 유로가 회계 장부 상 유실돼 있었다. 최대 주주인 탄지가 이탈리아 당국에 인정한 바에 따르면, 파르마라트그룹은 약 5억 유로를 파르마투어(Parmatour)와 같은 탄지 가문 소유 기업으로 송금했다고 한다.

파르마투어는 파르마라트그룹의 자회사가 아니라, 탄지 가문의 투자 기업인 누오바(Nuova) 지주회사 소유의 비상장 기업이었다. 파르마라트 기업은 2005년에야 새로운 경영진 교체와 함께 가까스로 파산의 늪에서 나올 수 있었다.

▶사례 3. 과도한 보너스 잔치-미국 몰산(Molson) 사



2005년 몰손의 주주들이 아돌프 쿠어스와의 합병 여부를 투표하던 날, 사외 이사들은 5만 달러에 달하는 현금 보너스를 받았다. 증권 관련 서류를 살펴보니 1월 28일부터 기업이 합병된 2월 8일 사이에 몰손의 이사들과 고위 경영진들이 190만 달러어치 스톡옵션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몰손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제공된 주당 5.44달러의 특별 배당금을 이사들과 고위 경영진들이 받아낸 것이다. 스톡옵션 행사의 결과로, 이전에 밝혀진 금액 외에 특별 배당금이 1200만 달러 지출됐다.

▶사례 4. 주주를 무시한 오너-미국 스카이파르마(SkyePharma) 사

2006년 스카이파르마의 소수 주주들은 35%의 주식을 보유한 최대 주주이자 창립자인 이안 고리-스미스(Ian Gowrie-Smith) 회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스카이파르마는 의약품 배송 업체로, 행동주의 펀드라 자칭하는 노던 애틀랜틱 밸류(Northern Atlantic Value)사의 투자를 받는 기업이다.



몇 가지 부정 행위 가운데 주주들이 밝혀낸 사실은 고리-스미스 회장 가족이 회사 소유의 뉴욕 소재 아파트를 사용하는데 연간 72만 달러나 되는 회사 공금을 유용했다는 것이다. 해당 아파트는 출장 시 중역들의 숙소로 사용됐다. 주주들은 또한 스카이파르마가 시장 남용의 과실이 있다는 서신을 FSA에 송부했다.

한 비공개 회의석상에서 회사 측이 주주들에게 올 여름 현금 유동성 위기를 겪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려줬으나, 이와 같은 민감한 정보를 일반 주식 시장에는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6년 2월 고리 스미스 회장은 “주주들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결국 사퇴했다.

빙산의 일각에도 못 미치는 위의 단편적 사례들로는 다양하게 존재하는 기업 스캔들을 분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기업 스캔들의 주요 원인은 외부보다는 내부에 많고, 궁극적으로 기업 총수나 핵심 CEO급의 도덕적 해이가 근본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재무시장에서 투자가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이러한 스캔들의 근본 원인과 결과에 대해 보다 세밀하게 파악하고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기업 스캔들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최고 경영층에 의한 기업 내부의 자율적 정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제3의 독립적 기관에 의한 적절한 견제를 통해 해당기업의 주주, 채권자 등 이해 관계자들을 보호하는 시스템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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