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이 15일 발표한 ‘가계 재무구조와 사교육비 지출 행태’보고서에 따르면 중학교 3학년 학생을 자녀로 둔 가계의 경우 소득 수준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가 7.5배(고소득층 평균 90만1000원, 저소득층 12만원)였다.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가계는 그 격차가 11.8배(고소득층 99만9000원, 저소득층 8만4000원)로 확대됐다.
반면 544만원의 소득을 올린 고소득층(자산 3억3780만원, 부채 3748만원)은 325만원을 한달 동안 평균적으로 썼고 이 중 사교육비는 90만1000원 정도였다. 사교육비 비중은 29.9%.
하지만 이 같은 기준은 자녀들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변화했다. 저소득층은 사교육비를 오히려 줄인데 비해 중소득층과 고소득층은 교육비를 오히려 높인 것.
고2 자녀를 둔 가계(2006년 기준) 중 저소득층(월평균 소득 128만원)은 사교육비는 8만4000원(월평균 지출 103만5000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고소득층(월평균 소득 771만8000원)은 사교육비가 99만9000원으로 100만원에 육박했다. 중소득층(평균 소득 333만원)도 사교육비로 40만9000원을 써 지출을 늘렸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이찬영 금융경제연구원 경제제도연구실 과장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사교육비를 늘리는 가계와 줄이는 가정이 양극화되고 있다”며 “대학 진학을 앞두고 사교육 투자가 일부 가계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교육계에서는 학력격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 중학교 당시에는 학원비 등의 격차가 크지 않지만 대학 진학 가능성 등이 뚜렷하게 갈리면서 고등학교로 갈수록 지출 규모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특목고 진학 여부 등으로 학력 격차가 나타나는 영향도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또 저소득층은 자녀수에 따라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는데 비해 고소득층은 이에 관계없이 평균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가계 부채도 사교육비 지출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 2 학생을 둔 가계의 경우 부채가 1억원 늘수록 사교육비 지출은 9만원 감소한다는 것. 하지만 부채에 따라 사교육비를 줄이는 것은 주로 저소득층이고 고소득층 등은 부채 증가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를 늘려 대조를 보였다.
이밖에 어머니의 교육수준이 높고 규모가 큰 도시에 거주할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많았다. 이에 따라 서울에 사는 고소득층은 평균보다 20만 ~ 30만원 이상씩 사교육에 돈을 더 쏟아붓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의 이번 연구는 한국교육고용패널자료를 활용해 중학교 3학년 시기(2004년)와 고등학교 2학년 시기(2006년)의 자녀를 둔 가계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