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떨어졌는데 휘발유값 오른 이유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09.04.1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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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휘발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국제석유제품(옥탄가 92론) 가격 추이. 1년전에 비해 절반 이상 가격이 떨어졌다.(출처: 페트로넷)↑ 국내 휘발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국제석유제품(옥탄가 92론) 가격 추이. 1년전에 비해 절반 이상 가격이 떨어졌다.(출처: 페트로넷)


"국제유가도 많이 떨어졌고, 환율도 안정됐는데 기름 값은 왜 오르지?"

직장인 최 모씨는 최근 여의도의 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려다 깜짝 놀랐다. 평소 이용하는 주유소보다 무려 리터당 400원 이상 비싼 1886원이었기 때문. 최근 경제뉴스를 통해 서부텍사스산 원유 등 국제유가와 환율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최 씨는 휘발유 가격이 이렇게 비싼 이유가 궁금했다.

최 씨는 주유소 직원으로부터 여의도의 기름 값이 서울시내 다른 곳보다 비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지만 그래도 너무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었다.



최근 서울시내 기름 값이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최 씨처럼 기름 값이 비싸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기름 값이 오를 이유가 없는데도 계속 가격이 인상되는 것에 의문을 품고 있다.

한 네티즌은 "도대체 요즘 기름 값이 왜 오르는지 모르겠다"며 "기름 값 인상은 승용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민만 죽이는 것"이라고 인터넷 게시판에 피력했다.



현재 국내 휘발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국제석유제품(옥탄가 92) 가격은 지난 13일 기준으로 배럴당 61.59달러로 지난해 7월4일 배럴당 147.3달러에 비해 절반 이상 낮아졌다. 하지만 현재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의 평균 가격은 리터당 1553.19원으로 지난해 7월의 리터당 평균 1922.59원에 비해 20% 정도만 떨어졌다.

이처럼 국제석유제품 가격은 크게 떨어졌는데도 휘발유 가격 하락폭이 작은 건 세금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들어 지난해에 비해 세금을 리터당 무려 100원 정도를 부과했다. 현재 리터당 세금은 890원이다.

정부는 올해 국제유가 하락을 이유로 유류세 10% 감면 제도를 폐지했고 원유수입 관세를 높혔다. 이로 인해 휘발유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기존 43%에서 57%까지 치솟았다. 미국의 17%, 일본의 44%보다 높은 수준이다.


결국 국제유가는 떨어졌지만 세금이 오르면서 전국의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가격은 오히려 높아진 셈이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국내 기름 값의 기준이 되는 국제석유제품 가격이 올 초만 해도 리터당 42.65달러였지만 현재 61.59달러로 크게 올랐다"며 "유류세 등 정부의 세금부과가 고유가 현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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