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신주인수권, 제값 못받는 속사정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2009.04.14 14:35
글자크기

추가 상승 확신 없어 시간가치 미반영...공매도 제약도 저평가 요인

"기아차가 4.75% 오르는데 신주인수권은 3.00% 상승에 그친 이유가 뭔가요."

윤혜경 한국투자증권 DS부 마케팅팀장은 13일 하루종일 기아차보다 신주인수권의 상승률이 낮은 이유를 묻는 고객들의 문의전화에 시달렸다. ELW(주식워런트증권)처럼 기초자산의 서너배 상승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주식만큼 상승해야 하지 않느냐는 게 질문요지였다. 레버리지(손익확대효과)가 특성인 신주인수권이 기초자산보다 상승률이 적은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하소연이 다수였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BW(신주인수권부 사채)에서 분리 상장된 신주인수권이 저평가 논란에 휩싸였다.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6880원)과 만기일(2012년2월19일)을 감안하면 최소 5000원은 넘어야 한다는 게 파생상품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하지만 전일 종가는 3190원에 불과하다. 이론가의 63%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주인수권의 저평가를 먼저 "기아차의 추가 상승에 대한 공감대 부족"에서 찾고 있다.

차기현 우리투자증권 주식파생 운용팀장은 "상장된 기아차 (98,000원 ▼700 -0.71%) 신주인수권은 내재가치만 있고 시간가치는 없다"고 설명했다. 즉 전일 신주인수권 가격(3190원)은 기아차 주가(1만150원)에서 행사가격(6880원)을 뺀 내재가치(3270원)보다 낮게 거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3년가량 남아 있는 시간가치는 하나도 반영이 안 되고 있다.



차 팀장은 "신주인수권에 시간가치가 없다는 것은 시장이 기아차의 추가상승에 대해 강한 신뢰를 보여주지 못하는 방증"이라며 "기아차의 추가 상승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신주인수권도 저평가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차 팀장은 또한 "공매도 제한으로 기관투자가들이 차익거래를 할 수 없는 현실도 신주인수권의 저평가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즉 신주인수권이 내재가치 이하로 하락할 경우 이를 매수하면서 동시에 기아차를 공매도하면 무위험 차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공매도 규제로 상승 쪽에만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기관투자가들이 신주인수권 매매에 참가할 수 없고 이 결과 적정가격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외국계 투자은행 파생상품 임원도 "유동성 부족"을 저평가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기관들이 투기목적 뿐만 아니라 차익이나 헤지 등 다양한 목적으로
참가해야 신주인수권이 제값을 받을 수 있다"며 "공매도 제한 등 여러 이유로 기관 참여가 제약을 받고 있어 합리적으로 가격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윤 팀장은 '위험선호도'와 '조기 유동성 확보'관점에서 신주인수권의 저평가를 설명했다.

윤 팀장은 BW투자자들은 기본적으로 약정된 이자를 선호하는 채권투자자이기 때문에 위험선호도가 낮다고 설명한다. 고위험을 추구하는 ELW투자자와는 매매성향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또한 BW 투자자들은 유동성 확보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고 주장한다. BW를 인수한 투자자들이 만기이전에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서 신주인수권을 내재가치 이하에서도 팔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이들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기아차 신주인수권이 저평가 상태로 거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 만큼 투자매력은 크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우리투자증권의 차 팀장은 "신주인수권이 종종 내재가치 이하로 거래된다"며 "내재가치보다 낮은 가격에서 신주인수권을 매수할 경우 큰 위험없이 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윤 팀장도 "신주인수권은 현재시점에서 주식보다 2.4배의 레버리지를 갖고 있어 기아차의 추가 상승을 확신한다면 시간가치의 지불없이 레버리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기아 차트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