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방통위의 무리수?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2009.04.15 07:00
글자크기
[기자수첩]방통위의 무리수?


4개월이나 끌어온 케이블사업자(SO) 충청방송과 증권전문채널 이토마토의 분쟁이 막을 내릴 전망이다. 14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충청방송의 직접사용채널에 이토마토 프로그램을 하루 4시간씩 방영하는 내용의 조정안을 제시했다. 양측은 이 조정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건은 지난 1월 이토마토가 "인터넷TV(IPTV) 진출을 이유로 채널계약을 해지했다"며 충청방송에 대해 분쟁조정을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조정내용은 4개월씩 끌 사안이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개별SO와 방송채널사업자(PP) 간에 일어난 최초의 분쟁조정건이어서 이목이 집중됐다. 이번 조정이 앞으로 빈번할 채널관련 분쟁의 선례가 되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방통위는 3차례 방송분쟁조정위원회 회의와 10여차례 실무조정회의를 열었고 상임위에서도 1차례 의결을 보류할 만큼 신중했다.
 
이 과정에서 뒷말이 무성했다. IPTV 측은 SO의 압력으로 PP들이 IPTV 합류를 주저한다고 주장했고, SO 측은 방통위가 IPTV시장 활성화 의도로 SO들을 홀대한다는 볼멘소리도 터져나왔다. SO와 PP의 분쟁조정을 넘어 방통위의 정책의도가 지나치게 반영된 조정안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방통위 내부에서조차 지나친 신중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방통위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이번 문제는 분쟁조정 성립이 안될 사안이라는 의견이 많았다"며 "IPTV 활성화를 위해 분쟁조정위가 무리하게 조정안을 마련하려다 시간을 끌게 된 것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이 SO와 PP의 불공정행위로 빚어진 문제였는가다. 채널편성권은 SO에 있다. 또 이는 방통위가 관여할 수 있는 사항도 아니다. SO가 PP채널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것이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불공정행위라면 충청방송이 이토마토의 IPTV 진출에 따른 불이익이라는 것을 증명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디지털방송 전환으로 아날로그채널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SO들은 PP의 경쟁력을 기준으로 채널 편성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제대로 된 PP평가기준이 없다는 데 있다. 이번 사건이 PP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기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