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수급은 재료에 우선한다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9.04.1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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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파는 기관' 위 '사는 외국인' 구도 전망

코스피지수는 사흘째 연중 최고점(종가 기준)을 다시 쓰고 있다. 전날 코스피지수는 장중 등락을 거듭했지만 결국 '소폭이나마' 상승세로 마감했다. 단기 급등과 과열 신호가 감지되면서 차익실현에 대한 욕구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매수세의 힘이 아직은 더 세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힘의 우위가 불안할 정도의 '소폭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언제든지 뒤집어 질 수 있는 수준이다. 투자자들이 기대해서 주가에 선반영시켰던 요인들 중 하나라도 반대의 결과로 나타날 경우 실망감을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증시 격언에 '수급은 재료에 우선한다'는 말이 있다. 최근 증시도 수급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기관은 연일 순매도 행진을 벌이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300선을 터치했던 지난 6일 이후 기관은 코스피시장에서 총 1조6593억원 어치를 팔아 치웠다. 재밌는 것은 산 적도 없는 기관이 팔고 있다는 점이다. 코스피지수 1000선이 붕괴됐던 지난달 3일 이후 이달 3일까지 기관은 코스피시장에서 2조962억원 순매수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프로그램 차익거래가 2조7759억원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기관은 실질적으로 기관은 주식을 내다 팔았던 셈이다.



프로그램 차익거래에서 다시 매도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지만 차익거래는 이 기간 오히려 2296억원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비차익거래가 3413억원 매도 우위를 보이며 프로그램이 총 1116억원의 순매도를 보이고 있지만 1조6593억원에 달하는 기관 순매도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금액이다.

결국 기관이 1300선에 이르러 연일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기관 중에서도 투신과 연기금의 매도 공세가 거세다. 투신은 6일간 1조966억원, 연기금은 8840억원을 순매도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산 적도 없는 기관의 매도'를 환매 압력 증가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기관은 (지수) 밑에서 산 게 없다는 점에서 많이 사다가 차익실현하는 것이 아니다"며 "지수가 상승하면서 환매 수요가 많은게 아닌가 보인다"고 추정했다.


박소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ETF를 제외하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3월25일 이후 약 2600억원의 자금이 이탈했다"며 "신규 입금(설정)액은 큰 변화가 없는데 해지에 따른 출금이 급증했기 때문에 투신권이 매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외국인이 연일 순매수 행진을 벌이며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외국인은 최근 6일간 약 1조원에 달하는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계속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어떤 트리거가 발생할 경우 매도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경우 증시 수급이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박소현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 변화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로 돌아설 경우 수급기반이 급격하게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일 미국 증시에서는 또 하나의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웰스파고에 이어 골드만삭스도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 14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골드만삭스는 올1분기 18억달러, 주당 3.39달러의 순익을 기록, 흑자규모가 전년동기 대비 오히려 늘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5억달러 주당 3.23달러 이익을 냈었고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치는 주당 1.64달러였다.

덕분에 뉴욕 증시는 뒷심을 발휘하며 'GM 파산 가능성'이라는 악재를 극복했다. 1.4% 넘게 하락하며 8000선이 재차 붕괴됐던 다우지수는 약보합으로 올라서 8000선을 지켜냈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오히려 각각 0.25%, 0.05% 상승했다. 씨티그룹이 25% 폭등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 15%, 골드만삭스 4.7% 등 금융주들이 강세를 보였다.



아직은 외국인들이 돌아설 시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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