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세금혜택과 중고차 가격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09.04.1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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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세금혜택과 중고차 가격


"좀 있으면 물량이 쏟아질 게 뻔하잖아요. 매도문의가 와도 딜러들이 차를 잡으려 하지 않아요."

정부의 자동차산업 활성화 방안은 서울 장안평 중고차 매매단지 딜러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다. 정부가 노후차를 팔고 신차를 구입할 때 세금을 70% 감면하기로 확정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중고차 매물이 늘어 가격이 상당히 내려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한 중고차 딜러는 "중고차 물량이 쏟아지면 가격도 떨어질 텐데 굳이 지금 나서서 받아줄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 상태가 양호한 1999년식 'EF 쏘나타' 중고차는 딜러들 매입가격이 150만원 정도다.



딜러들은 노후차 소유자들이 싸게 새 차를 사려고 타던 차를 내놓으면 매입가격이 100만원선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경유값이 휘발유값을 앞지르며 사상 최고치로 올랐을 때도 경유차 매물이 늘며 가격이 급락한 사례가 있다.

또다른 딜러는 "1996년식 아반떼 승용차는 얼마전까지 50만∼100만원에 매입했지만 물량이 늘어나면 이처럼 오래된 차는 받아줄 데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차시장의 분위기가 이 정도라면 신차 구매자들의 혜택은 정부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적어질 수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노후차를 팔고 '쏘나타'나 '아반떼'를 구입하면 각각 154만원과 110만원의 세금혜택을 본다. 그러나 중고차 매도 가격이 하락하면 세금혜택의 상당부분이 상쇄될 수밖에 없다.

최대 세금감면폭인 250만원의 혜택을 보려면 현재 소유한 중고차 가격이 떨어지지 않은 채 3723만원하는 '그랜저' 2400cc 승용차 이상의 신차를 구입해야 한다.

한국보다 앞서 신차구입 보조금제도를 도입한 독일은 지난달 차량 판매가 40% 늘면서 정책효과를 톡톡히 봤다. 독일은 9년 이상된 차를 폐차하고 친환경차나 소형차를 구입할 때 정부가 주는 보조금이 최대 2500유로(약 440만원)에 달한다. 준중형차의 경우 독일은 혜택이 한국의 4배나 된다.


반면 한국은 독일과 달리 대형차에 세금 혜택이 집중돼 있다. 하지만 9년 이상된 낡은 차를 몰던 사람들이 비싼 대형차를 얼마나 살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진통 끝에 자동차산업 활성화 방안을 확정하기는 했지만 지난 3월에 15% 이상 감소한 자동차 내수 판매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하고 정교한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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