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 '란제리' 할인행사하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2009.04.12 14:39
글자크기

불황에 구매 증가한데다, 집객 및 관련 구매 효과 커

백화점들이 불황에 맞서기 위한 상품으로 란제리 관련 행사를 잇달아 선보인다. 적은 비용으로 멋을 내려는 고객들의 속옷 구매가 늘어나고 있는데다, 고객을 끌어모으고 연관상품의 구매를 유발하는 효과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4월들어 지난 9일까지 현대백화점의 란제리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3% 늘었다. 이는 지난 1∼3월 월별 평균 매출신장률(7.5%)보다 높은 수치다. 롯데백화점에서도 지난 1/4분기 란제리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 증가했으며, 이달 들어 9일까지 매출신장률도 12%에 달했다.



란제리 매출이 호조를 보이자 현대백화점은 본점(13∼16일), 무역점·천호점 (17∼19일), 목동점(21∼23일)에서 각각 '세계 란제리 대전'을 진행한다. 롯데백화점 본점도 13일부터 오는 16일까지 '비너스 브랜드 앙코르전' 행사를 진행, 정상가격 대비 50% 할인한 가격에 브래지어 팬티 슬립 파자마 등을 판매한다.

현대백화점 측은 "4∼6월 란제리 성수기를 앞두고 매년 란제리 행사를 진행해왔지만 올해는 평소 백화점에서 판매하지않는 브랜드까지 유치해 점포별로 200평 규모 이벤트 매장에서 행사를 연다"며 "비비안, 비너스,와코루, 우먼시크릿, 프린세스탐탐, CK언더웨어 등 총 19개 브랜드가 참여하며 행사물량만 6만점, 13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이와 함께 구매고객들의 영수증수에 비례해 일정 금액을 백화점이 유방암 치료 기금을 모으는 '핑크리본' 캠페인에 기부한다. 이에 앞서 신세계백화점도 지난 4일부터 12일까지 란제리 브랜드 세일행사를 열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신세계의 올 들어 지난 9일까지 란제리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백화점이 란제리 행사를 잇달아 진행하는 이유는 란제리 매출 외에 집객 및 연관구매 등 부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패션성이 높아지면서 란제리의 구매주기가 2006년 84일에서 2007년 76일, 지난해엔 63일로 매년 짧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고객들을 백화점으로 자주 불러들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현대백화점 란제리 담당 바이어는 "과거 매출이 작았던 T팬티 매출이 올들어 50% 이상 늘어났다"며 "란제리는 화려하지만 의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불황기의 패션욕구를 해소해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어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11개 전 매장의 란제리 구매 고객의 연관구매 상품 순위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 기준으론 '샤넬, 삼성전자, 루이비통, 설화수, 에르메스, 청과곡물, 엘지전자, 정관장, 타임, 구호'의 순인 것으로 조사됐다. 구매건수 기준으론 '베이커리, 청과곡물, 설화수, 야채, 정육, 샤넬화장품, 지오다노, 에스티로더, 랑콤화장품, 오휘화장품' 순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백화점에서 매출상위권을 달리는 명품, 화장품 및 자주 구입하는 베이커리, 정육, 야채 등 식품이 연관 구매 품목에 포함되어있다"며 "란제리 구매고객이 백화점 입장에선 구매력이 있는 단골고객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