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석에서 만난 모 대학 총장의 말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산하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회장 이기수 고려대 총장)는 지난 9일 '사립대학육성특별법' 제정을 정부와 국회에 제안했다.
주요 내용은 △사립대 경상비 총액의 절반 이상 국가가 보장 △국유재산의 양도 또는 대부 허용 △국가조성부지의 원가지원 또는 국유지 지원 등이다. 한 마디로 사립대 살림을 국가가 책임져 달라는 소리다.
그러나 대학들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85%에 육박한다. 일본과 미국에 비해 20~3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얼마 전 통계청은 학령인구의 감소 추세를 감안, 이 수치가 향후 10년 동안 높아졌으면 높아졌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독자생존이 어려운 부실 사립대의 퇴출을 적극 유도하겠다고 해마다 대통령에게 보고해 왔다. 그러나 부실 사립대 퇴출 소식은 그 어디서도 들리지 않는다. 정부가 물밑에서 사학분쟁과 총장인선에 개입할 의지는 강해도 구조조정 의지는 별로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이 경영을 잘못해 국가에 손을 벌릴 때는 다짜고짜 벌리지 않는다. 부실자산 매각, 인력감축 등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다 해 보고 최후에 손을 벌린다. 외환위기 이후 수없이 많은 기업들이 그랬고 지금도 예외는 없다. 대학들 또한 국가 지원을 말하기에 앞서 구조조정이 먼저다. 그런 노력 없이 손만 벌리는 것은 책임 없이 권한만 무한대로 갖겠다는 소리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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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학 입장에서는 지난 수십년 동안 국가에 강제로 손발이 묶여 복종만 강요받아 왔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지원이 우선일 수는 없다. 손발이 묶였다면 손발부터 푸는 게 먼저다. 자구책 마련에 최대한 성의를 표해야 국민들도 대학지원에 반감을 품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