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다

김진석 ㈜솔루션 대표 컨설턴트 2009.04.1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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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관리 A to Z] 이직의 기초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회사 경영이 어려울 때 직장인의 68% 정도가 이직을 고려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를 증명하듯 요즘엔 경기불안에 따라 불안감을 느낀 경력직들의 때 아닌 이직러시가 목격되기도 한다.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논의되고 있는 건설업계의 경우 최근 S기업의 해외건설부문 경력직 채용에 500여 명이 몰리는 사례도 있었다. 회사경영의 어려움이 개인적 위험으로 작용하는 것을 사전에 피해보려는 직장인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이리라.



하지만 자신의 경력 개발이나 직무에 대한 장기적 고민 없이 '무조건 움직이고 보자'는 식의 이직은 아무래도 무리가 따를 수 있다. 또한 경력직의 이직 시 현직에 대한 이직 프리미엄을 과신하는 것도 좋은 결과를 낳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필자는 최근 모 글로벌 회사의 포지션을 위해 여러 예비 후보자들과 접촉하던 중, 한 후보자인 P가 첫 만남부터 최종 인터뷰를 거쳐 연봉협상까지 과정을 너무나도 힘들게 해서 기억에 많이 남았다. 물론 P가 현재 유명 글로벌 회사에 재직중이고 또, 업무 능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었던 터라 그의 태도가 이해되는 면도 있기는 했다.



그는 자신이 현재의 회사에 계속 남아있어도 나중에 이직시 프리미엄이 작용할 것으로 확신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서 P의 경력은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쳐 있었고, P가 내부에서 좀더 높은 위치로 가기엔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이제 유명한 회사에 있다고 해서 이직 시 무조건적인 프리미엄을 받는 시기는 지났다. 오히려 회사는 덜 유명해도 구인 회사에서 원하는 경력을 정확히 갖추고 있고, 업무성과가 좋은 사람을 선호한다. '여기만 다니고 있으면 나중에 원하는 곳은 어디든 갈 수 있을 것이다'라는 식의 이직관은 다소 위험하다.

P의 경우가 그랬다. 따라서 한 직장에서 비슷한 직무에만 너무 오래 있었고, 상위 포지션으로 가려면 매니지먼트 경력이 반드시 필요하였기에, 덜 유명한 회사이지만 향후 성장가능성이 높은 회사임을 강조, 커리어를 키워가는 데 있어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설득을 하여 어렵게 인터뷰를 성사시켰다.


P는 자신이 이직을 결정할 때에 90% 이상의 확신이 들 때 움직인다고 했다. 보통 사람들이 60∼70% 정도면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 것과는 확연히 비교가 됐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신중함의 정도가 지나칠 정도로 까다로웠고, 최종에는 직무상의 권한을 무리하게 요구하다가 성사가 안됐다.

처음에는 P가 좀 심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일견 이해되는 면도 있었다. 많은 후보자들이 이직을 하는 과정에서 너무 직관적으로 판단하고 그저 괜찮다는 느낌에만 의존해 입사를 결정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이직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P의 사례는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이직의 기초'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



이직은 사회생활을 넘어 한 개인의 인생에 있어서도 중요한 사건임에 틀림이 없다. 한번 결정하면 일단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만 이직의 성과가 경력으로 쌓이게 되는 것이다.

커리어를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거나, 특정 경력을 갖추기 위한 이직을 제외하고, 막연한 불안감이나 기대 등으로 감행한 잦은 이직은 되돌릴 수 없는 경력상의 치명적 마이너스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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