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車업계 노사, 손은 잡았는데…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9.04.13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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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극복 위해 유례없는 화해모드… 곳곳 충돌가능성 등 과제도 많아

현대자동차 (281,000원 ▲3,500 +1.26%) 노사가 달라졌다. 지난달 31일 이번 경기침체 이후 처음으로 울산 2,3공장 간 아반떼 물량나누기에 합의하더니 9일 만에 위기극복을 위한 '특별 노사협의체'를 상설화하는데 의견을 모았다.

올해 단협과 임금협상을 앞둔 시점에서 유례없는 화해 협력무드를 보이고 있다. 과거 같으면 서로 말로만 해놓고 한참을 걸렸을 사안들이 착착 진행되는 양상이다.



다른 완성차업체도 노사 분위기가 예전과 사뭇 다르다. 기아자동차 (126,300원 ▲700 +0.56%) 노사는 지난 연말부터 혼류생산 합의 등 생산유연성 확보에 앞장서더니 올 서울모터쇼에서는 김종석 노조 지부장이 직접 참석해 신차 '쏘렌토R' 홍보에 나섰다. 현대·기아차에서 노조 수장이 모터쇼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GM대우 역시 지난 연말 성과급 유예, 각종 복지제도 한시적 중단, 라인 재배치 및 생산 관련 조정 등에 노사가 이렇다 할 마찰 없이 협력해왔다.



심지어 대량 인원감축을 예고한 쌍용차 (5,300원 ▼10 -0.19%)도 노조가 "옥쇄파업 등 대응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즉각적 투쟁보다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최대한 인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돼 온 자동차 노사의 이같은 변화는 최악의 위기에 빠져 있는 현 상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반증이다. 당장 주문이 줄고 재고가 쌓이는 걸 현장의 직원들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또 정부가 세제혜택 등 자동차산업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노사관계 선진화를 내건 점도 변화의 단초를 제공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외국 정부가 앞 다퉈 자국 자동차산업 보호에 나서는데 노사관계가 빌미가 돼 우리 정부의 지원이 미뤄져서는 되겠느냐"며 '특별 노사협의체'의 구성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노후차량 교체 시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을 포함한 지원방안을 내달 1일부터 시행키로 했다고 12일 발표했다. 다만 신차 보조금 지원 등 업계가 기대한 추가 안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아직 숙제도 많다. 현대차의 경우 상설 협의체는 꾸려놨지만 아직 구체적 논의 대상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실효성 있는 테이블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노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기아차도 지난달 말 사측이 이번 경기침체 이후 처음으로 복지비용 절감을 노조에 통보하면서 임금협상을 앞두고 긴장감이 높아졌다. 기아차 노조는 13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올해 요구안을 확정한다.

GM대우는 아예 학자금 지원 등 임금성격의 복지제도 중단을 노조에 요구해 지금과 달리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남묵 지부장은 "사 측이 동반자 관계를 저버렸다"고 배신감을 드러냈다.

쌍용차 역시 경영진이 인력감축안을 강행하는 한 충돌이 불가피하다. 노조는 13일부터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시작한다.

조성제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현대차 등 최근 자동차업계의 노사관계는 분명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점차 개별기업 차원을 넘어 위기극복을 위해 완성차 전체가 참여하는 노사정 협의틀로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력감축 문제는 일단 해고를 하더라도 상황이 나아지면 복직을 분명히 약속하는 '잠정해고' 등의 방안을 통해 노사충돌을 최대한 줄여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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