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사교육 몰빵, 그럼 노후는?

머니투데이 정영화 기자 2009.04.14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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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얼마 전 한국의 사교육비 지출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10배나 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OECD에 가입한 국가들이라면 선진국일 테니 한국의 사교육비 지출은 초선진국 수준이라는 얘기다.

경제가 어렵다고 다들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정작 교육비 지출에는 전혀 인색하지 않은 것이 한국 부모들의 모습이다. 교육비를 아낀다고 한다면 아마 ‘무정한’ 혹은 ‘자식의 장래에는 관심이 없는' '돈밖에 모르는’ 사람 취급을 당할 것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까지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을 본받자고 했을 정도니 한국의 사교육은 수출해도 좋을 만큼 ‘넘버 1’인 게 분명하다.

문제는 이처럼 높은 교육열이 과연 자식을 진정으로 위하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너무 크고 어려운 문제일 수 있으니 딱 한가지 ‘재테크’의 차원에서만 보자. 요즘 재무 설계사들은 ‘재테크’라는 말보다 ‘생애설계’라는 말을 즐겨 쓴다고 하는데 이런 관점도 좋겠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3만3000원이다. 공교육비는 제외한 수치다. 이것은 저소득층까지 모두 포함한 수치이기 때문에 중산층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실제 사교육비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한국의 부모들이 그야말로 버는 소득의 대부분을 사교육비에 쓸어 넣는다. “어떻게든 좋은 대학만 간다면 뭔들 아끼랴”는 식이다. 중,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의 경우 특히 자녀수가 2명 이상이라면 저축은 거의 불가능하다.

문제는 노후대책이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만 끄느라 노후대책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고액자산가가 아니라면 대부분 월급은 고만고만한데, 사교육비에 과다하게 지출했으니 노후대책을 세울 여력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자식을 위한다"고 했던 사교육비 투자가 나중에 자식에게 ‘짐’으로 바뀌는 것은 순식간이다. 당장 자녀가 대학을 진학하고 난 뒤 퇴직을 맞이하면 대학학비 조차 마련하기 어려워 허덕인다.

“내가 이만큼 투자해놨으니 노후는 자식이 책임져야지”라고 말한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 삶을 책임지지 못하고 의존해야 하는 삶이 편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미래를 맡긴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부실한 '생계설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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