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힘 'SKMS' 아시나요?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09.04.18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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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1979년 탄생한 기업 경영법

"SKMS 실천의 의미를 쓰시오.(주관식 5점)"

이 질문에 답 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분명 'SK맨'이 아니다. SKMS(SK경영체계)는 SK그룹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기업정신이다. 신입사원 연수 때 1주일간 관련 강연을 들어야 하고, 승진을 하려면 위와 같은 문제가 나오는 SKMS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SKMS는 고 최종현 회장의 지시에 따라 당시 손길승 경영기획실 부장 등 임직원과 학계 인사를 중심으로 4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1979년 탄생시킨 기업 경영법이다. 당시 최종현 회장은 2차 석유파동으로 기업들이 휘청휘청할 때 '내일의 성장이 중요하다'며 새로운 경영법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이때 등장한 SKMS는 기업 경영 조건은 기업의 영구, 존속, 발전에 있으며 주체가 '사람'이기 때문에 회사의 발전은 개인의 발전과 직결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와 함께 기업관과 기업 경영의 정의 목표 원칙 등을 규정하고 기업 경영의 모든 프로세스를 기획 조직 생산 등 11개로 나눠 각각의 개념과 필요성 및 일처리 방법 등을 정리했다.

이후 SK그룹은 다른 선진 기업들이 'very good'을 달성하기 위해 'excellent'를 목표로 설정한다는 것에 착안,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앞서 가기 위해 인간 최상의 수준인 'super excellent'를 SK의 목표로 삼았다. 이때 나온 용어가 수펙스(SUPEX), 이고, 최고 목표 도달시간과 가용 자원까지 고려한 것이 'To-be Model'이다. 즉 SKMS의 구체적 방안이 수펙스이며, 수펙스의 방법론이 'To-be Model'이다.



지난 3월 31일 SKMS 탄생 30주년을 맞아 경기도 이천의 SKMS 연구소에 최태원 회장을 비롯 계열사 CEO들이 총집합한 것을 보면 SK에 있어 SKMS는 '신앙'이다. 지난 30년간 매출 1조원의 중견기업을 국내 재계 3위, 글로벌 86위의 거대 그룹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이 여기에 있어서다. 그룹 내부에서는 'SKMS이야말로 지금의 SK를 만든 원천'이라며 입을 모은다.

◆이태화 SKC 전무, 'SKMS는 도전'

SK그룹의 힘 'SKMS' 아시나요?


"1983년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더니 먼저 SKMS 교육부터 받게 하더라고요. 하지만 SKMS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신입사원 연수로 그쳤습니다. 실제 업무에서 SKMS를 적용하기란 솔직히 다들 막막했으니까요.”


지금 수펙스 추구의 달인으로 통하는 이태화 SKC (127,100원 ▼800 -0.63%) 필름사업부문장 전무는 "처음 SK 배지를 달고 근 10년 동안은 SKMS의 가치를 모르고 살았노라"고 고백한다. 그도 그럴 것이 SKMS의 구체적 실천법으로써 수펙스 추구 개념이 도입되기 전까지, SKMS를 실제 업무에서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고민은 활발하지 못했다.

1989년 실천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수펙스 추구법이 도입되면서 이태화 전무의 SKMS도 맹렬히 가동된다. SKC 수원공장의 생산량 극대화를 목표로 수펙스 추구회의가 한창이던 1991년 당시 폴리에스터 필름의 연간 생산량은 6만5000톤. 수펙스 추구회의가 제시한 '17만8000톤'이라는 수펙스 수준은 언뜻 허무맹랑해 보였다.



생산 설비 본래의 최고 속도와 보수기간 없이 1년 365일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에서 착안한 가동률 100%, 양쪽에서 필름을 잡아 늘일 때 남는 집게 자국 2%를 제외하곤 완벽한 제품이라는 수율 98%는 이론적으로 확실하게 떨어지는 목표치였다.

“보고를 받은 최종현 회장은 ‘내가 바라던 수펙스 수준은 바로 이렇게 규명하는 것’이라고 하셨죠. 폴리에스터 필름의 생산량 극대화는 이론적 근거를 토대로 산출된 수펙스 수준의 첫 사례로 꼽혔고, 최초의 수펙스 추구 대상을 수상하게 됐습니다.”

1993년 폴리에스터 필름의 마케팅 수펙스 추구로 다시 한 번 수펙스 대상을 수상한 이태화 전무는 "가방 속에 SKMS 책자 한 권쯤은 언제나 필수"라며 "SKMS를 통해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업무 스타일과 인생 경영법을 얻었다"고 말했다.



◆정철길 SK C&C 사장, 'SKMS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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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의 수펙스와 어른의 수펙스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높이뛰기에서 아이는 50cm만 뛰어도 수펙스가 되지만, 어른은 2~3m는 뛰어야 수펙스인 셈이죠. 어른과 아이의 역량과 수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2004년 SKMS의 전면 개정을 이끈 정철길 SK C&C 공공ㆍ금융사업부문 사장이 설명하는 ‘To-be Model’은 명쾌하고 알기 쉽다.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수준’이라는 수펙스에도 시간과 자원의 한계를 고려하게 되면 각 단계에 맞는 수펙스 수준이 있고 이런 점에서 ‘To-be Model’은 기간 단위별 수펙스 추구법이다.



‘To-be Model’에 대한 정 사장의 명쾌한 설명처럼 2004년 전면 개정된 SKMS는 기존 경영철학의 핵심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면서도 좀 더 명확하고 쉬운 표현으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2004년 SKMS 개정의 또 다른 화두는 ‘행복’이었다. 정철길 사장은 “행복은 회사의 영구한 존속과 발전을 기업관으로 내세운 SK의 창립 이념에 포함돼 있었지만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 2004년 전면 개정 때 좀 더 구체적이고 따뜻하게 풀어냈다"면서 "이를 통해 구성원은 물론 고객과 사회의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윤 극대화’라는 기업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기업과 관계된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다. 그렇다 해도 ‘행복’이라는 따뜻하고 쉬운 단어 한마디가 발휘한 힘은 실로 막강했다. 구성원들에게는 회사 생활을 하는데 있어 꿈과 자긍심을 불어넣었고, 고객과 사회에는 SK가 올바른 철학을 가진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한결 쉽게 전달할 수 있었다.



뿌리로서의 철학은 그대로 두면서 잎사귀로서의 실행 방법은 현실에 맞게 진화ㆍ발전시켜온 것이 바로 SKMS다. 정 사장은 “SKMS의 핵심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사람”이라고 말한다. SKMS는 사람과 그 사람의 최종 가치인 행복을 위해 오늘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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