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04월07일(15:0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외환위기 이후 환율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던 지난해 4분기, 국내 은행들은 달러 매수에 적극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는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을 넘나들고 국내 은행의 외화유동성 부족이 심각해 달러 확보가 지상과제로 떠올랐던 시기. 그러나 은행별로는 포지션 차이로 인해 희비가 크게 엇갈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은행의 환율 상승 베팅은 극적이다. 더벨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까지 종합포지션을 철저하게 중립으로 유지하던 국민은행이 8월 이후 순매수 포지션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보호신청으로 금융위기가 확산되며 환율이 급상승하기 시작한 즈음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국민은행은 4분기에 순매수포지션을 10억달러 이상으로 쌓아 올렸다. 자기자본 대비 포지션 비율은 두자릿수로 상승했다. 기존 선물 매수-현물 매도 포지션에서 현물을 매수로 급전환하면서 현·선물 동시 매수로 바꿨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통화옵션 포지션이 환율 급등으로 인해 변한 부분이 있었다"며 "실제 환 익스포져는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소폭의 순매수포지션을 꾸준히 유지해 왔던 케이스. 지난해 내내 현물과 선물 포지션의 전체 크기를 축소해 왔다. 그러나 11월 이후에는 선물 매수규모를 재차 확대했다. '현물 매도-선물 매수' 기조를 지켰지만 선물 포지션을 상대적으로 더 키웠다. 자기자본대비 포지션 비율도 20%대로 올라섰다.
외환은행은 유별나게 순매수 포지션이 컸다. 2006년말 즈음 순매수 포지션을 적극적으로 늘린 이후 작년과 재작년 모두 대규모 순매수 포지션을 취했다. 환전략에서 상당한 이익을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
단 지난해 1분기 이후 순매수 포지션의 절대 규모를 줄이고 있다. 특히 선물 포지션의 순매수 규모 축소가 급격하다.
하나, 매도포지션 줄이기 필사적 노력
지난해 4월 이후 대규모 순매도 포지션으로 상당한 환손실을 봤던 하나은행은 손실 만회를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기존 선물 매도 포지션을 대거 정리하면서 종합 포지션 순매도 규모도 줄여 나갔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10월 종합 포지션은 15억달러 순매도였다. 그러다 11월에는 12억8000만달러로 줄었고 12월에는 4억5000만달러로 급격히 축소됐다.
피봇(PIVOT) 등 통화옵션으로 손실이 났던 태산엘시디 관련 포지션을 유지하다 연말 정부의 달러 매도 개입을 이용해 대거 청산에 나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12월말 현재 여전히 순매도 우위여서 손실은 불가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하나은행은 태산엘시디 뿐 아니라 자체적으로 환율 하락 베팅을 한 것으로 안다"며 "연말 정부의 대규모 달러 매도 개입을 이용해 매도 포지션을 정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하락 베팅에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은행은 농협. 몇 년간 종합 포지션 중립을 유지하던 농협은 9월 돌변했다. 3억5000만달러 순매도 포지션을 기록한 것. 이후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순매도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또 하나 특징은 당초 '현물 매수-선물 매도' 포지션을 뒤집어 '선물 매수-현물 매도' 포지션으로 전환한 점이다. 이는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외은지점)이 주로 취하는 전략으로 상대적으로 값싼 선물을 사들이고 현물로 반대 포지션을 취하는 차익거래 포지션의 전형이다.
한편 지난해 4분기 전체 은행들의 외환 포지션의 특징 중 하나는 포지션 규모를 대부분 줄였다는 점이다. 환율 급변동으로 인한 위험 회피 심리와 더불어 정부의 외환 거래 감독 강화 등으로 거래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