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누구를 위한 뉴타운인가

머니투데이 원정호 기자 2009.04.1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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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주거지. 파리 라데팡스, 뉴욕 센트럴 파크..' 서울시가 이달 초 한남뉴타운 재정비촉진계획을 확정하며 내놓은 청사진이다. 시는 지금의 이 일대를 낙후 주거지로 규정하고 개발을 통해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명품도시로 변모시키겠다고 밝혔다.

[기자수첩]누구를 위한 뉴타운인가


시의 비전대로 뉴타운을 조성하면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 실현되는 것일까. 시 정책의 최대 수혜자여야 할 주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용산 동빙고동에 거주하는 이모(46)씨는 "반상회에 나가보면 주민 상당수가 집값이 더 오르면 떠나겠다는 얘기를 한다"고 토로했다. 외지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뉴타운 개발이 원주민 삶의 공간을 향상시키는 게 아니라 투자 상품으로 바뀐 것이다.



소형평형 원주민은 반 강제적으로 떠나야 할 형편이다. 입주권을 얻기 위한 빌라·다세대 지분쪼개기가 성행하면서 토지소유자 증가로 추가부담금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 일대를 낙후 주거지로 부르지만 주민들은 되레 손때 묻은 동네를 허무는 데 대한 두려움이 크다. 아파트로 단지화하면 그간 쌓인 이웃간 친밀감이 없어지고 지역 커뮤니티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걱정 탓이다. 보광동 박모(50)씨는 "지금도 살기 좋은데 주거공간을 꼭 낯선 형태로 개발해야하는지 알수 없다"고 말했다.



뉴타운이 가시화되면서 다른 한편에선 움직임이 바빠진 곳도 있다. 한남뉴타운은 전체 면적이 111만㎡로 공사비만 3조300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건설사들이 이 노른자 위 재개발사업을 조기 선점하기 위해 과열 경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뉴타운에 투자자가 모이고 건설사들이 뛰어들면서 관심이 '개발이익'에 집중되고 있다. '그라운드 2.0' 이 실제론 낮은 용적률을 보완하기 위한 한 방편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릉지인 이 곳에 인공지반을 넣어 평평하게 만들면 건물을 더 높이 올릴 수 있어 사업성이 높아진다. 시는 그라운드 2.0을 조성해 세계적 명소인 파리 라데팡스를 재현하겠다고 발표했다.

뉴타운과 같은 낙후지역 주거 환경 개선사업은 지역간 격차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사업 진행 과정에서 '주민 삶의 질' 개선이란 원래 취지가 다른 의도로 변질되는 것은 아닌지 되새겨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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