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지분 매각 난항에 건설사 '속앓이'

더벨 박영의 기자 2009.04.0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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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금융위기·수익성하락에 SOC지분 매각 줄줄이 연기

이 기사는 04월08일(09:1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민자 SOC사업 지분 매각이 난항을 겪으면서 건설사들의 현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주택 경기 침체와 해외 건설 시장 부진으로 자금난이 심해진 건설사들이 SOC사업 지분 매각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서울고속도로 지분 매각은 우선협상대상자인 칸서스자산운용이 펀딩을 완료하지 못하면서 매각을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매각 초기만해도 연기금을 비롯한 여러 기관들의 투자 열기가 뜨거웠다. 정부가 운영 수입의 90%까지 보장해줘 안정적인데다 장기로 운영된다는 장점 덕에 예상 매각가가 9000억원이상으로 점쳐지기도 했다.

GS건설 컨소시엄의 초기 출자금액이 약 4500억원이므로 예상대로만 진행된다면 두 배가량의 수익을 노릴 수 있었다. 매각과 함께 뭉칫돈 유입을 기대할 수 있었던 것도 물론이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에 서울고속도로 지분 매각이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투자자들이 지분 매입가를 낮추면서 주주들과 가격 접점을 찾지 못한 게 협상 결렬의 주요인으로 꼽혔다.


서울고속도로 지분 매각을 주도하고 있는 GS건설은 칸서스자산운용과의 계약 해지를 전하며 애써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고속도로는 높은 수익이 예상되는 만큼 적정한 가격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는 게 GS건설측 입장.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손해를 보면서까지 팔 필요는 없다"는 것.

그러나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미분양 아파트 소진에 나서는 등 한 푼이 아쉬운 GS건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칸서스자산운용과의 매각 협상이 한창일 때만 해도 '서울 고속도로 지분 매각으로 곧 현금이 들어올 것'이라던 다른 건설사 역시 말라가는 돈줄에 시름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사정은 인천공항철도에 출자한 현대건설 컨소시엄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7년 산업은행 등과 지분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정부 승인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이들 건설사 역시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난데없이 공항철도 지분을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넘기겠다며 '인천공항철도 민간투자사업 합리화 대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2007년 1단계 개통 이후 매년 1000억원 이상이 운임 수입 보조금으로 지급되자 정부가 당초 금융권 매각에서 공기업인 코레일 매각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재정 부담을 낮추려는 정부의 고육책이지만 코레일과의 계약 체결까지 다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건설사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여기에 매매 계약 해지에 따라 지난 2005년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받은 8000억원을 반환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코레일과 협상이 조기에 마무리된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이달 말로 예정된 반환 기한까지 코레일에서 대금을 지급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건설사들이 보유 지분에 따라 적게는 100억원에서 많게는 2000억원에 이르는 계약금과 중도금을 자기 자금으로 반환해야 하는 셈이다.

금융 위기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부동산 활성화 대책에도 건설사들의 재무 구조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마지막 현금 확보처로 여겨졌던 SOC사업 지분 매각까지 뜻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건설사들의 시름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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