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동결 "인하 여지남아..긍정신호 내포"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도병욱 기자 2009.04.0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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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 지원에 초점..'경기하락세 일단 멈췄다' 긍정 신호도

금리 동결 "인하 여지남아..긍정신호 내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두달째 동결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4개월여 동안 3.25%포인트 떨어뜨렸던 급격한 하락세가 3월부터는 두달째 멈춘 것이다.

금통위는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완화와 외화 수급 개선, 물가 상승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동결에 따라 당분간 정부와 통화당국이 금리 인하보다는 기업 구조조정, 채권시장안정펀드 추가 확충, 금융기관 건전성 강화 등을 통해 금융시장 여건 개선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 나타날 경우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하겠다는 의사는 밝혀둠으로써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비하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금리 두달째 동결된 배경은
금통위의 동결 결정 배경에는 물가 불안 요인이 내재하고 있다. 수요 및 산업활동 면에서 2월 중 소비가 감소세를 지속하는데도 물가 상승률이 2 ~ 3월 4%대 전후였던 것은 부담 요인이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전년 동월비), 3월은 3.9%에 달했다.



또 부동산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데도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 가격과 전세가격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는 것도 고민을 키웠다. 봄 이사철 영향 등으로 강남 지역 전세가격은 3월에 0.2% 상승(전월비)했다. 서울지역 매매 가격 하락폭도 1월 -0.7%, 2월 -0.3%, 3월 -0.2% 등으로 축소되고 있다.

경기 하락세가 감속되고 있는 것도 한은의 결정 배경이다. 한은은 “경기동행지수(순환변동치) 낙폭이 축소되고 선행지수도 지난 2007년11월 이후 처음으로 상승하는 등 경기 하락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제조업 및 서비스업의 생산활동이 완만하게나마 개선되고 소비재 판매 감소세가 둔화되는 것도 긍정적 요인이다.

금리 동결로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더 줄 수 있다는 것도 고려 요소다. 물가 불안을 완화시키는 동시에 시장에 낙관적 기류를 불어넣을 수 있는 다목적 카드라는 것이다. 김영익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금리 동결은 경기가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경제상황과 증시에는 금리 동결의 효과에 따른 긍정적 파급력이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 더 안 떨어지나..신용 경색 완화 방안은
한은은 이번 금리 동결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지난달 동결 결정에 이어 또다시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시킨 만큼 시간 여유를 두고 금리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 것.

경기가 하향곡선을 그리거나 불황이 장기화될 경우 또다시 금리인하에 나설 수도 있다. 해외 변수가 그다지 좋지 못한 것도 이 같은 해석의 배경이다. 미국의 산업생산이 2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와 고용이 부진한 것, 유로 지역의 경기체감지수(3월)가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것, 중국의 성장세 둔화 등이 대표적이다.

무역수지가 회복되고는 있지만 불황형 흑자(경기침체로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주는 현상)에 그칠 뿐 수출이 단기간에 회복될 수 없다는 것도 부정적 요인이다.

한은측은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앞으로 사용할 카드를 남겨놓자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가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와 회사채 금리간 리스크 스프레드 등에는 영향을 못 미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정부는 신용 경색 해소를 위해 금리 인하 정책을 추가적으로 실시하기 보다는 회사채 직접 매입, 금융기관의 건전성 강화, 기업의 구조조정 추진 등 금융 구조 여건을 개선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증시 등 금융시장에서는 금리 동결 결정보다 향후의 통화정책에 대한 이성태 총재의 언급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한 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정부가 전날 밝힌 경제성장률이 금리 동결 자체보다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언급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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