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잡는 외담대…연체폭탄 '째깍째깍'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09.04.0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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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담대 올 연체 증가율 100%…이대로 가면 중기 폭탄 100%

- 중기에 상환 책임 떠 넘겨
- 대신 갚을 돈 700억 돌파
- 정부 뾰족수 없어 고민만

은행권의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이하 외담대) 연체가 심상치 않다.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한 대기업이 외담대 결제를 하지 않아 납품 중소기업이 은행에 대신 갚아야 하는 금액이 700억원을 넘어섰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현재 14조원 규모의 외담대는 영세 중소기업들을 파국으로 몰고갈 '폭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담대 연체 '수직상승'=8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조문환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국내은행의 외담대 잔액은 지난해말 대비 10%가량 줄어든 반면 연체금액은 10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은행의 외담대 잔액은 2006년말 11조804억원에서 2007년말 11조9812억원, 지난해 말에는 16조323억원으로 불어났다. 그러다 올해 2월 말에는 14조3021억원으로 1조7302억원 줄어든 상태다.

외담대 연체금액은 2006년말 101억원에서 2007년말 253억원, 2008년말 389억원 등으로 점진적으로 늘어나다 올해 2월말 801억원으로 불과 2개월새 105.9% 급증했다. 경제위기로 외담대 결제를 미루는 구매기업이 크게 늘어난 여파로 보인다.



◇상환책임 '중기에 넘겨'=문제는 구매기업이 외담대 결제를 못해 상환책임이 판매기업, 즉 중소기업으로 전가되는 비중이 연체금액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올 2월말 현재 총연체잔액 801억원 중 은행이 판매업체에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상환청구권이 있는) 금액은 740억원, 전체의 92.4%에 달한다.

은행별로 연체액이 가장 많은 곳은 국민은행과 농협중앙회다. 지난 2월말 현재 국민은행의 외담대 연체잔액은 293억원이며 이중 288억원은 중소기업에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농협은 총연체잔액 210억원 중 206억원에 '상환청구권'이 붙어 있다.

외담대 대출잔액이 가장 많은 우리은행(3조7571억원)의 경우 연체잔액 88억원 전체에 '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우리금융 계열인 광주은행도 연체잔액 31억원 모두에 '상환청구권' 딱지가 붙어있다.


다른 은행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하나은행은 연체잔액 90억원 중 61억원이, 신한은행은 32억원 중 30억원이 같은 조건이다. 외환은행은 연체잔액 29억원 중 13억원에, 기업은행 역시 20억원 중 15억원에 이런 '안전장치'를 달아뒀다. 한국씨티은행의 외담대 연체잔액 8억원은 모두 중소기업이 대신 갚아야 한다.

◇"고쳐야 하는데…"=최근 금융당국과 은행권도 외담대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인정하고 제도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달 18일 김종창 금감원장은 "구매기업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3월 말까지 개선안을 만들어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은행연합회에 관련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어졌다. 그러나 당국과 은행권은 이렇다할 대책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 고위관계자는 "외담대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실물로 전가되면서 중소 납품업체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구매기업과 은행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판매기업에 상환의무를 전가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와 금감원 등이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외담대는 구매기업(대기업)이 전자방식으로 발행한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판매기업(하청업체)이 거래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만기일에 대기업이 은행에 대출금을 갚는 금융상품이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일부 구매기업이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외담대를 갚지 못하자 하청업체가 상환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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