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값 상승, 그 허와 실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2009.04.0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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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에도 과연 봄바람이 부는 것일까?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오르고 있다는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정부에서 각종 규제들을 파격적으로 풀어버리면서 그에 따른 기대심리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실제로 매수세는 없이 호가만 오르고 있는 형국이다. 파는 쪽에서만 비싸게 내놓는 '배짱 베팅'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매수세가 뒷받침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며 실제 거래가격이 어떻게 움직일지도 면밀히 살펴본 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단 호가는 급등



우선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호가는 다시 오르고 있다. 호가만 보면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24주 만에 3.3㎡당 3000만원대를 회복했다. 이는 부동산 핵심 규제였던 분양가상한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폐지되고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기대감이 부채질한 결과다. 게다가 정부에서 제2롯데월드 건축을 허용하는 등 '상식을 깬' 조치를 취한 것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아파트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지난해부터 크게 떨어졌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은 최고가 대비 30% 이상이 떨어지는 등 급속도로 가격이 하락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내집마련정보사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지난해 10월 셋째주 3.3㎡당 3026만원에서 넷째주는 3.3㎡당 2973만원으로 떨어지면서 3000만원 대가 붕괴됐다. 그 이후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잇따른 재건축 규제 완화책에도 지속적으로 내림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올 1월에 접어들면서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다 이번 주에는 3.3㎡당 3013만원대로 회복했다. 강남 3구 중 강남구는 지난해 10월에 가장 많이 떨어져 3.3㎡당 3026만까지 형성됐다가 현재는 3.3㎡당 3890만원까지 회복됐다.

서초구는 지난해 12월 3.3㎡당 3000만원대가 붕괴되면서 3.3㎡당 2900만원대를 형성했다가 이번 주에는 3012만원로 올랐다. 송파구도 같은 기간에 3.3㎡당 2500만원에서 이번 주에는 2990만원으로 올랐다.

그러나 이 같은 가격 회복세는 호가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양지영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최근 송파구 잠실 제2롯데월드 건립,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 강남3구 투기지역해제 등의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며 "재건축 아파트는 시장 영향에 민감한 만큼 앞으로 금융위기, 강남3구 투기지역해제 등 외복적인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경희 부동산뱅크 리서치센터 팀장은 "강남권은 투기지역 해제 기대감과 개발 재료에 힘입어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호가가 상승하고 있다"며 "특히 재건축 단지 중에서도 규제 완화로 직접 수혜 대상인 단지들만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일반 아파트는 거래가 여전히 부진한 상태이기 때문에 바닥을 찍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착시현상'에 유의

이영진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은 "최근 부동산시장이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착시현상'에 불과할 뿐"이라며 "호가는 올랐을지라도 추격매수세가 따라오지 못하면 가격상승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매수세가 없는 호가는 가격상승만 부추기고 거래는 축소되는 등 시장을 또다시 왜곡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신경희 팀장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선별투자를 하려는 수요자들이 증가해 지역적으로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그 이후 매수세가 뒷받침 되지 않는 이상 하락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시장에서도 문의가 늘긴 했어도 실제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서초구 반포동 M공인관계자는 "지난 12월에 입주를 시작한 자이는 이미 마무리가 됐으며 현재는 7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래미안에 대한 문의가 많고 반포주공 등의 재건축 단지도 문의만 있지 거래는 뜸하다"며 "그러나 최근 72㎡(22평형)의 소형아파트를 찾는 수요자들은 늘었다"고 전했다.

마포구 상암동 H공인관계자는 "상암동에 133층 초고층 빌딩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문의는 늘었지만 호가가 너무 올라 사려는 사람은 없다"며 "이미 투자자들은 1월과 2월에 저가 매물을 사들였고 실수요자들은 사려고 해도 대출이 까다롭기 때문에 자금이 부담돼 계약도 못하고 주저앉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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