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도입 '아직은 먼 일'

여한구.신수영 기자 2009.04.0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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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부·복지부 좀처럼 접점 못찾아

서비스산업 선진화의 '상징'인 영리의료법인(영리병원) 도입이 난항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되도록이면 과감한 도입을 원하는 기획재정부와 신중한 접근을 고집하는 보건복지가족부 사이의 견해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두 부처는 의료산업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비롯한 협의기구 틀에서 실무팀과 간부급이 거듭 머리를 맞대왔지만 서로 '평행선 주장'만 거듭 중이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과 전재희 복지부 장관의 고위급 '담판'에서 돌파구를 열지 않는 한 영리병원 도입이라는 난제가 풀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당연지정제는 유지=복지부는 영리병원 논의 과정에서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영리병원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전 병원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제도) 후퇴나 변경이 절대 없다는 전제 하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건보 체계에 손상이 있으면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마지노선'이다.



복지부가 '당연지정제 유지'를 고수하는 데는 영리병원 도입으로 현재 건강보험 체계가 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병원들은 수익 창출을 위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료서비스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 또 건강보험 환자 보다 비급여 환자를 선호할 개연성도 커진다. 이런 현상은 전반적인 의료비 상승과 당연지정제 체제 와해로 이어지게 된다는 게 복지부가 걱정하는 시나리오다.

재정부도 복지부가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당연지정제 유지 원칙에는 동조한다. 재정부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한 영리병원 대신 '투자개방형 병원'이란 용어로 국민들의 거부감을 줄이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두 부처는 기존 의료기관의 영리병원 전환도 허용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일단 영리병원 도입을 허용한 뒤 시장에 미치는 여파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보다 과감하게" vs"돌다리로 두들기자"=하지만 세부 각론으로 들어가면 양측의 간극은 너무 크다. 영리병원 도입에 따른 효과를 가늠하는 눈부터 다르다.



재정부는 병원이 자유롭게 수익추구를 하게 되면 의료서비스 경쟁력이 높아지고 덩달아 의료산업 발전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외부로 과실송금이 가능해져 외국 의료자본의 국내 유치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복지부는 당연지정제 유지를 전제로 영리병원이 허용된다면 생각만큼 여파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영리병원 도입 효과는 병원서비스 질 상승과 병원의 민간자본 조달이 쉬워지는 정도로 의미를 축소한다. 산업 육성론을 펼친 재정부와는 딴판이다.

전재희 복지부 장관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영리병원에 대해 지나친 기대와 지나친 우려가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시각의 연장선이다.



영리병원 도입에 앞선 시범사업 실시범위도 '동상이몽'이다. 복지부는 제주도에서 일정기간 시범 운영한 뒤 부작용을 보완해 전국 확대 여부를 결정하자며 신중론을 펼쳤다. 제주도에서 의료비 인상 등 문제가 나타나면 판을 거둘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면 재정부는 서울을 비롯한 5대 광역시에서 시범운영을 해야 한다고 맞선다. 정책적 효과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영리병원 주 이용층이 많은 도시에서 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사정으로 당초 4월초로 예정했던 의료서비스 산업 규제완화 방안 발표 시기도 4·29 재보선 이후로 미뤄졌다.



재정부 관계자는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의견차이를 좁히는데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재보선을 앞두고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발표 시기를 연기했다"고 밝혔다.

두 장관이 풀어야=실무진에서는 이미 자신들의 손을 떠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모 관계자는 "밑에서 아무리 노력해봐도 서로 소귀의 경읽기식의 도돌이표 논의만 되풀이되고 있다. 거대한 벽에 대고 소리치고 있는 형국"이라고 답답함을 피력했다.

결국 윤증현 장관과 전재희 장관이 만나 '솔로몬의 해법'을 마련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대두되고 있다.



윤 장관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 장관을 또 만나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 장관도 기자간담회에서 "(윤 장관과)밤을 새서라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윤 장관의 호소를 3선 의원에 한나라당 최고위원 출신의 거물급 정치인인 전 장관이 어느 선에서 수용하느냐에 영리병원의 운명이 달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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