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대통령은 세습되지 않는다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2009.04.0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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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세이]대기업 막중한 CEO 자리는 세습

그래도 대통령은 세습되지 않는다


드디어(?) 때가 왔나보다.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회장의 돈을 받았다고 밝혔다. 노대통령의 최측근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이 체포된 직후다. "'박연차 게이트'는 이명박 정부가 집권 2년차를 맞아 빼든 히든 카드다. 아군의 피해를 예상하고 퍼붓는 집중포화의 성격이 짙다. 검찰도 서슬 퍼런 살아있는 권력의 ‘주문’을 충실히 따르는 모양새다."

한 언론의 보도 내용이다. 박 회장을 필두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 비서관이 줄줄이 구속됐다. 이어서 현역인 이광재 민주당 의원까지 구속됐다.



또 검찰은 박진 한나라당의원과 서갑원 민주당 의원을 전격 소환조사했다.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있는 현역의원은 민주당 C의원, 한나라당 '친박' 계열의 H의원 등 여야 실세들이다. 박관용· 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검찰발 사정한파'가 4월 재·보선은 물론 신춘 정국을 뒤흔드는 최대형 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박연차 게이트'는 결국 "친박 '수족'을 자르고 친노 '심장'을 치겠다"는 청와대의 의지라고 분석한 기사도 있었다. 일부 여권 인사를 희생하더라도 사정정국을 주도해 국정드라이브에 가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친박 '수족'을 자르고 친노 '심장'을 찌른다"

야당 죽이기 '기획수사'라는 민주당의 반발도 있다. 하지만 부패척결이라는 대의앞에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 사실 한국의 역대 최고 권력자들과 측근들 비리의 상당부분은 정권이 바뀌면서 폭로되고 응징됐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시절 2인자였던 이기붕의 국회의장은 부정부패의 원흉이었다. 권력자들은 4·19혁명으로 불행한 최후를 맞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보릿고개를 타파하는데 공헌했다.


하지만 유신독재 같은 과오를 저질렀다. 그의 유산인 정수장학회는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정수장학회의 전신은 부산지역의 대표적인 기업인이었던 삼화고무 김지태 회장이 세운 부일장학회였다. 이를 헌납(?)받아 5·16장학회가 설립됐다. 1982년 현재의 정수장학회로 명칭이 변경됐다. 정수장학회는 현재도 MBC의 30% 주식과 부산일보 등을 소유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경환씨는 공금을 횡령하고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사법처리 됐다. 몇 달 뒤 형 기환씨도 구속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의 고종사촌인 박철언씨는 슬롯머신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에는 차남 현철씨가 불법자금 때문에 구속됐다. 결국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도 불법자금때문에 감옥 생활을 했다. 김대중 전대통령의 세 아들 모두 성치 못했다. 참여정부 들어 DJ의 최측근인 박지원 의원도 수감되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싱가포르의 '부패관행조사국' 같이 '기획수사처'를 신설하라

이명박 정부 초기에는 처사촌 언니가 비례대표 공천청탁과 함께 3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5년 단임 정권은 그야말로 권불오년(權不五年)인 셈이다. 전청와대의 한 고위인사는 "현직 대통령의 임기가 1년 정도 남으면 사정기관 내부적으로 각종 첩보들을 축적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런 '기획수사'는 비리를 줄여나가는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싱가포르의 성공에는 '부패관행 조사국'의 활동이 숨어 있다. 3C 정책 즉 깨끗한 물, 깨끗한 거리, 깨끗한 공직사회(Clean Water, Clean Street, Clean Administration)를 만드는데 공헌했다.

이제 한국도 감사원장을 7년 임기의 선출직으로 하든지 야당 몫으로 선임하든지 하여 최고 권력자로부터 독립시켜 힘을 강화하면 좋겠다. 그런 후 말뿐인 국가청렴위원회를 해체·흡수하고 특검기능을 상시화하는 '기획수사처'를 감사원장 소관으로 하면 좋겠다.

반면에 어려운 문제가 기업에 있다. 세습은 근본적으로 전임자를 비판할 수 없다.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김일성 전 주석을 비판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자유세계에서는 대통령도 의사도 교수도 장관지위도 세습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기업의 막중한 CEO자리는 세습되고 있다. 음습한 비자금이 폭로되고 법정에서 탈세 논쟁이 진행되고 국론이 갈리는 과도한 사회적 비용을 치루기도 한다. ‘창조적 자본주의자’ 빌 게이츠가 정말 위대하다.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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