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로켓'이 외평채 발행 앞당겼나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9.04.0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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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북핵 사태와 비슷-정부, 공식적으로는 부인

정부가 7일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 추진 사실을 갑작스럽게 발표한 것은 북한의 로켓 발사가 주요 배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는 전날까지만 해도 외평채 발행과 관련한 보도나 문의에 대해 "외평채 발생시기와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부인했다.



정부는 이런 입장에서 하루만에 선회해 외평채 발행 추진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면서 씨티그룹 등 6곳의 외평채 발행 기관까지 '친절하게' 설명했다.

물론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북한 로켓 발사와 이번 외평채 발행 추진을 결부시키지는 않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시장 여건이 외평채를 발행할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됐기 때문으로, 북한 로켓 발사가 직접적인 배경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지 불과 이틀 만에 기다렸다는 듯이 외평채 발행을 추진한 점으로 봐서 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신 정부는 외평채 발행 추진을 통해 '북한 리스크'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어필하려고 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로켓 발사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전날 주가가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오히려 안정된 측면도 정부의 자신감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신용부도 위험 지표인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도 북한 로켓 발사와 무관하게 변동이 거의 없었다.

지난 2006년10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북핵 사태도 참고가 됐다.

당시 북한이 미국 등 국제사회의 반발을 무시하고 핵실험을 한뒤 한국의 금융시장은 약 2주 동안 약세를 면치 못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외평채 발행 추진을 선언했고, 그해 11월말 10억 달러 규모의 외평채 발행을 성사시켰다.

국제 금융시장은 한국 정부의 외평채 발행 성공을 지렛대로 삼아 한반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잠시 혼란에 빠졌던 국내 금융시장은 정상을 되찾을 수 있었다.

정부 당국자는 "당시 국제사회가 한국이 외평채 발행을 성사시키느냐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외평채 발행 성공으로 외국인들의 불안심리를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직후인 지난해 11월에도 외평채 발행을 추진했었지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실패한 아픈 경험도 가지고 있다.

정부가 이번 외평채 발행에 성공하면 2년6개월여만이다. 국제사회가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북한 디스카운트' 발생 직후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최근 몇년사이 외평채 발행이 북한과 관련된 중대 이슈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발행 규모와 시기는 시장여건을 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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