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살리려다 공기업 허리휜다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09.04.0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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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 등 사채 21.4조 발행… 부채 급증 우려

국토해양부 산하 공기업인 대한주택공사, 한국토지공사, 코레일이 올해 무려 21조4924억원에 달하는 공사채를 발행한다. 공사채 발행으로 확보된 자금은 정부의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에 맞춰 건설공사비 조달, 토지보상비 확보, 인천국제공항철도 인수 등에 쓰일 예정이다.

그러나 부동산경기 침체와 금융위기로 주공은 분양회수금, 토공은 용지매각대금, 코레일은 용산역세권 토지매각대금 등이 정상적으로 유입되지 않고 있어 대규모 사채 발행이 오히려 부채만 증가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3개 공기업, 사채 21조원 발행
공기업별 공사채 발행계획은 토공 9조9000억원, 주공 7조8924억원, 코레일 3조7000억원 등 모두 21조4924억원에 달한다.

건설경기 살리려다 공기업 허리휜다


토공은 공사비 등으로 사용되는 자금조달용으로 3조9000억원, 토지보상 때 현금대신 지주들에게 주는 채권으로 4조원, 기업토지 매입 등 부채상환용으로 2조원을 발행한다. 토공은 자금조달용의 경우 공공공사 조기발주에 맞춰 최근까지 1조7500억원을 발행했다.



주공은 자금조달용으로 7조2000억원과 용지보상용으로6924억원을 발행할 계획이다. 당초 자금조달용으로 5조9000억원을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분양대금 회수와 국민주택기금 지원이 감소함에 따라 1조3000억원을 증액했다. 주공은 최근까지 자금조달용 2조8300억원을 발행했다.

코레일은 자금조달용으로 1조6000억원, 국제공항철도 인수대금으로 1조1000억~1조3000억원을 발행할 계획이다. 또 용산역세권 토지대금 납부가 지연되면서 8800억원을 추가로 조달해야 할 상황이다.

토공 관계자는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건설경기 활성화에 올인하면서 공기업에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어 자금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 유입은 뒷걸음, 부채 증가 우려
이처럼 공기업들이 천문학적인 규모의 공사채 발행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대금과 용지매각대금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해당 공기업의 부채비율만 높일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토공은 부동산경기 침체로 전국 택지지구의 공동주택용지와 상업용지 등 조성용지 매각이 답보상태에 있다. 무이자할인판매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실수요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공도 부동산경기 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건 마찬가지. 지방 택지지구 아파트의 미분양 증가로 분양대금이 계획대로 회수되지 않고 있고, 국민주택기금 지원도 줄어들고 있다. 조성용지 매각도 쉽지 않아 용지 매각을 통한 자금 유입이 답보 상태다.

코레일은 더욱 심각하다. 정부가 적자투성이 민자사업인 인천국제공항철도를 떠넘기면서 최대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 수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공사의 부채비율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것으로 기대한 용산역세권 토지매각대금은 금융위기의 여파로 사업자가 납부를 못하고 있다.

주공 관계자는 "들어올 자금은 출자금, 국민주택기금, 분양회수금 및 용지매각대금, 보조금 등인데 가장 비중이 큰 분양회수금 및 용지매각대금은 부동산경기 침체로 문제가 생긴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결국 공사채 발행 증가 압력은 높아지고, 자금 유입은 줄면서 해당 공기업의 부채비율만 더 높아지게 됐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위한 그린벨트 개발에도 주공과 토공은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야 할 상황이어서 부채비율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며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공기업에 재정적인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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