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황우석은 사기꾼이었나 사기꾼에 당했나

머니투데이 김형진 기자 2009.04.0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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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PD 과학검증빠진 '황우석 논란' 책으로 펴내

[Book]황우석은 사기꾼이었나 사기꾼에 당했나


'과학의 사기꾼'이란 책이 있다. '지식의 사기꾼'이란 비슷한 제목의 책과 한 세트인데, 독일 출신의 저자는 공명심과 금전욕에 눈먼 지식인들의 학술 사기극과 그 종말을 꼼꼼하게 살폈다. 세계적인 학술지에 낸 논문과 언론에 버젓이 발표한 연구 성과들이 어떻게 범인들을 속이고 기만하는지 리얼하게 그려준다.

시계를 2005년 12월로 되돌리면, 많은 한국인들이 또 한명의 '사기꾼'을 떠올린다. 황우석 당시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배아줄기세포의 빼어난 연구 성과로 이름이 높았었다. 영롱이, 스너피 등 각종 복제동물을 내놓으며 불치병 연구의 리더로 잔뜩 추앙받았다. 그러던 그들이 어느 날 갑자기 한 방송사의 문제 지적과 검찰 수사를 통해 희대의 바꿔치기 선수들로 둔갑했다. 우리 머릿속에서 잊혀진 속도는 아침 안개마냥 신속하고 허무했다.



하지만 현직 프로듀서 노광준 씨는 달랐다. 햇수로 4년간 마음속에 담아온 <황우석 이야기(에이원북스 펴냄)>를 다시 해 보자고 제안한다. "괴담과 신화도 아닌 진실 그 자체를 알고 싶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책은 황우석 논란의 핵심 쟁점을 바꿔치기, 원천기술, 처녀생식으로 정리한다. 논문 검증의 중요한 위치에 있던 서울대가 재현실험을 했던가. 소장파 학자들의 처녀생식 공동 재검증 요청은 왜 거절당했던가.



저자는 엄연한 자연과학 분야였음에도 과학검증이 쏙 빠진 채 윤리와 의혹만이 피투성이 칼춤을 췄다고 사태를 진단한다. 현미경도 못보고, 100억대 땅을 가졌으며, 병실에 누은 것은 연기였다고? 초반부에서 황 교수에 대한 오해를 푼 저자는 줄기세포 논란과 특허전쟁의 실체를 파헤치며 "황 교수팀이 의도적인 허풍장이였는지, 발등에 도끼를 맞은 약자였는지"를 세밀히 따진다.

2009년 3월 오바마는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허용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바이오산업의 판도를 바꿀 카드로 줄기세포를 지목했다. "지구촌의 줄기세포 전쟁은 한창 불을 뿜고 있는데, 한국은 '사기'도 아닌 '횡령·유용'의 죄목을 걸어 대표 학자를 추방시켰다." 저자의 한숨이 책갈피 곳곳에 가득하다.

◇ 황우석 이야기/노광준 지음/에이원북스 펴냄/336쪽/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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