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환매, 1300되자 쏙 들어갔죠"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2009.04.0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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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투자자, 환매보단 관망후 매수… 전문가도 주식확대 조언

"원금 회복되면 연락 달라던 고객들도 이왕 기다렸으니 더 두고 보겠다고 하시더라구요. '희망의 불씨'를 봤으니 투자 심리도 바뀐 거죠"

코스피지수가 1300선을 탈환하자 수심이 가득하던 펀드 투자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반토막' 펀드가 손실을 만회해 원금 회복의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



그러나 여전히 손실 구간에 있는 투자자들이 대다수인 데다가 원금을 되찾은 경우라도 이젠 '본전 생각'에서 '수익 기대'로 맘이 바뀐 터라 실제 환매는 크게 나오지 않고 있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일반 국내주식형펀드로 45억원이 순유입됐다. 해지금액이 350억원으로 주초보다 늘었지만 신규 설정액도 늘어난 까닭이다.



코스피가 1200선으로 올라선 지난 달 말 국내주식형펀드에선 자금 이탈이 나타났었다. 200억원대에 머물던 해지액은 지난 달 24일부터 늘기 시작해 26일에는 1137억원까지 늘었다. 주간 단위로도 5주 연속 순유출세다.

그러나 코스피가 1200 후반대에서 1300으로 뛰어오르자 환매만큼이나 신규 가입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김인숙 국민은행 명동지점 팀장은 이날 "1300대는 3년 전 적립식펀드에 가입한 고객들이 50%까지 수익을 봤다가 15% 손실을 경험한 후 원금을 회복한 지수대"라며 "수익이 워낙 높았던 시점과 최악의 상황까지 겪어본 이들이라 지수 상승으로 동요하진 않는다"고 전했다.


김 팀장은 "최근 대부분의 펀드가 1개월 수익이 20%에 달하자 기대수익이 다시 높아진 듯 하다"며 "과거처럼 지수 상승에 흥분하진 않지만 이젠 좀 더 지켜볼까 하는 심리가 강하다"고 덧붙였다.

조이선 미래에셋증권 대치지점 이사도 "기존 펀드 고객의 이탈 움직임은 전혀 없다"며 "그렇다고 신규 고객이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느는 추세는 아니지만 최근 견조한 흐름이 이어지자 일부 자금을 펀드로 이동하려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악재 속에서도 코스피가 1300까지 빠른 속도로 반등하면서 일부에선 환매를 우려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환매 욕구를 자극할 지수대는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오성진 현대증권 WM컨설팅센터장은 "2007년 6월 이후 펀드 가입의 50%가 1600 이상일 때 들어간 자금"이라며 "코스피가 1500대까지 상승해 원금에 가까워져야 환매를 고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센터장은 "지수 1300~1500대에선 증시에 비관적인 투자자라면 환매를, 낙관적이면 투자를 지속한다"며 "여러 지표를 봤을 때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이 줄었고 경기 회복 기대감이 싹트고 있어 투자 심리가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과거 시장을 흔들었던 '대량 환매'는 더 이상 시장의 '이슈'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락장에서 펀드 자금이 빠지는 건 걱정스럽지만 증시가 오르면서 환매가 나오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지수 상승으로 원금을 회복한 이들이 환매에 나서겠지만 투자심리 개선으로 신규 매수나 추가 불입을 하는 이들도 늘기 때문에 펀드 시장 전반적으로 정체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증시 불안에도 2월 말 적립식펀드는 꾸준히 증가하면서 국내주식형펀드 내 55%를 차지하고 있다"며 "적립식펀드의 증시 안전판 역할도 부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금리 하락으로 펀드 환매 이후 적절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 당분간 대량 환매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환매를 한다고 해도 대안이 고민스러운 상황"이라며 "지난 해엔 글로벌 시장에서 극단적으로 안전자산선호 현상이 두드러졌지만 현재는 오히려 추가 상승 기미가 있어 주식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 센터장도 "현재 정기예금 금리는 연 4.4%, 국고채는 3.9%, 머니마켓펀드(MMF)는 2.4%에 불과해 주식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며 "4월은 자산배분전략 차원에서 주식 비중을 늘리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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