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국회강연 "경제위기 2막 시작"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2009.04.06 14:51
글자크기

한나라당이 강연요청 '눈길'

-'신자유주의' 주제 비판론 역설
-"금융·노동 지나친 자유 되돌려야
- 실물경제 벗어난 금융은 불가능"

신자유주의자 비판론자인 장하준 영국 캐임브리지대 교수가 6일 국회를 찾았다. 지난 2일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 초청으로 강연에 나섰던 그가 또 한 번 의회 강단에 섰다.

이번에는 자칭타칭 신자유주의를 기치로 하는 한나라당의 요청으로 인한 강연회여서 눈길을 끌었다.



정두언 한나라당 국민소통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장 교수를 초청해 '이래도 신자유주의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신자유주의='말 뿐인'성장주의"
장 교수는 "신자유주의 시대는 지난 1950년대부터 70년대 중반까지의 케인즈 시대와 비교했을 때 소득분배가 악화되고 경제성장률이 더욱 낮아졌으며 금융위기도 더 잦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 이유를 "말 뿐인 성장주의"에서 찾았다.



ⓒ뉴시스ⓒ뉴시스


아울러 '인간이 자기 이익을 위해 일하기 때문에 결코 손해 볼 일은 하지 않는다'는 신자유주의 기본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본시장이 자유화되면서 단기 주주들의 힘이 세지고 이에 따라 기업들도 기업 발전에 공헌하는 장기투자에는 소홀하게 된다. 이는 결국 비정규직 등을 양산하며 사회불안을 가져오는 결과를 낳는다는 분석이다.

장 교수는 현 경제 발전은 착시현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가 0.1%라도 성장하면 생활수준이 높아지는 것이 당연하다"며 "지난 30년 동안 경제가 그렇게 잘 된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경제위기 2막 시작됐다"
장 교수는 "현재 진행 중인 경제 위기는 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 위기"라고 규정했다. 다만, "현재 경제 지표들이 조금씩 회복 되는 듯해 '최악은 끝난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고 바라봤다.

그는 "연극으로 치면 기업이 도산하고 실물경제가 파산하는 2막이 시작된 것"이라며 "대공황 때나 일본의 경우에서처럼 1,2막은 끝이 있지만 3막은 끝이 없다"고 우려했다.



직접적인 금융위기를 몰고 온 파생상품과 관련해서도 장 교수는 "파생상품으로 노벨상을 탄 사람들도 파생상품을 이해하지 못해 회사를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말아먹은 것을 봤다"며 "인간이 갖는 지적 능력에 한계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생상품의 경제적인 이익이 확실히 손해보다 크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는 한 파생상품의 판매를 금지해야한다"며 "의약품이나 자동차도 안전 허가를 받고 파는데 왜 금융상품만 안전 규제 없이 팔아야 하느냐"고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갈 때"
장 교수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관련해 "다시 기본으로 돌아갈 때가 왔다"고 못박았다. 이어 "결국 투자하고 기술 개발하는 힘든 길을 가야한다"며 "금융과 노동 시장의 지나친 자유화는 되돌려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위기를 맞아 금융시장 개방과 자유화를 지지하는 입장에서라도 '숨고르기'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맥락에서 장 교수는 맹목적인 금융허브로의 진입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산업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 부정하진 않았지만 "금융이 실물경제와 떨어져 별도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조업이 촌스럽고 골치 아픈 산업이니까 두바이 등을 벤치마킹해서 편하게 살아보자는 태도가 문제"라며 "금융을 자본화해서 편하게 먹고 살자고 나오면 우리 경제는 누가 끌어 갈 것인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장 교수는 사회통합을 강조하며 "세계에서 최초로 복지국가를 만든 사람이 보수정치인인 비스마르크"라며 "진짜 보수라고 한다면 이 정도 사회통합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강연회를 주최한 정두언 의원은 "마라톤 대회가 열렸는데 대회가 도중에 무산됐을 경우 반환점까지 꼭 가지 않고 돌아올 필요도 있는 것"이라며 "신자유주의와 세계화가 마치 세계적인 대세이고 만고의 진리인 것처럼 받아들여져 왔지만 경제 위기 상황을 맞이해 되돌아 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강연회에 참석한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그동안 일본, 중국, 미국 표준을 부지런히 배워가면서 살아왔지만 이제 대한민국도 새롭게 표준을 만들 때가 됐다"며 "목표가 같다면 방법이 달라도 토의해서 제일 좋은 것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