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삼보컴, 애플·소니와 세계서 겨룬다

대담=윤미경 정보미디어부장 정리=성연광 기자 2009.04.0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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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삼보컴퓨터 김영민 부회장 "도전은 이제 시작"

ⓒ송희진 기자 songhj@ⓒ송희진 기자 songhj@


"애플과 정면 승부를 벌이는 회사로 키우겠습니다. 올해는 자체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에 승부수를 던지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김영민 삼보컴퓨터 부회장(42). 불혹(不惑)을 조금 넘긴 나이지만, 그의 야심은 갓 사업에 뛰어든 20대 젊은창업가 못지않게 패기가 넘쳐 보인다.

셋톱박스업체인 셀런이 2007년말 삼보컴퓨터를 인수하면서 김 부회장은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셀런 창업자였던 김 부회장은 당시 법정관리 중이던 삼보컴퓨터를 과감(?)하게 인수하면서 적지 않은 오해도 받았다. 그러나 삼보컴퓨터를 인수한지 1년만에 그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삼보가 지난해 거둔 매출은 3663억. 전년에 비해 33%나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29억원에 이른다. 올해는 5100억원을 거두겠다는 목표다.



삼보컴퓨터의 화려한 재기로 김 부회장은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김 부회장은 재기 비결을 묻는 질문에 "PC명가의 자존심을 이어가려고 노력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고객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꾼' 결과라는 것이다. 김 부회장의 노력 덕분에 삼보컴퓨터는 지난해 국내 데스크톱PC 시장에서 LG전자를 제치고 당당히 2위를 꿰찰 수 있었다.

지금 삼보의 기세는 국내에서만 머물지 않고 있다. 올들어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에 이어 월마트 온라인쇼핑몰까지 휩쓸고 있다. 삼보의 일체형PC '루온'이 미국 애플의 PC제품인 아이맥을 제치고 판매1위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도전은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PC명가'로서 우뚝 서보겠다는 것이다. TV와 PC가 결합된 컨버전스 분야에서 승부수를 던질 생각이다. 애플, 소니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하는 그날이 결코 '꿈'이 아님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송희진 기자 songhj@ⓒ송희진 기자 songhj@
―삼보컴퓨터 인수에 대한 성과를 평가하신다면.
▶삼보컴퓨터는 지난해 1월 법정관리를 끝낸 후 전체 매출이 33% 늘었습니다. 처음에는 200억원 이상의 흑자를 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하반기 환율이 급격히 올라간 탓에 영업적자를 내면서 당초 목표에는 미달했습니다. 그러나 국내 데스크톱시장에서 2위를 달성하고, 전체 PC시장에서도 삼성·LG와 더불어 3강 체제를 굳힌 것은 성과라고 봅니다.

―삼보컴퓨터가 재기할 수 있었던 동력이라면.
▶고객들의 신뢰를 되찾은 게 가장 컸습니다. 대대적인 광고로 브랜드를 새로 알린 덕도 있지만 철저한 품질 개선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죠. 예전 생산라인을 다 뜯어고쳤습니다. 이후 양판점 등에서 리턴율(불량으로 인한 반송빈도)이 PC업계에서 가장 낮다는 평판이 나왔습니다. 여기에 PC업계에선 유일하게 24시간 AS서비스체계를 도입했습니다. 고객들이 밤에 PC가 고장나면 어디에 하소연하겠습니까. 이같은 작은 배려 때문에 고객들이 다시 삼보를 찾게 된 것 아닐까요.


―올해 PC시장도 역성장이 예상됩니다.
▶올해 PC시장도 지난해처럼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보는 지난해 국내시장에서만 PC 판매대수가 전년 대비 13% 늘었습니다. 올해도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20% 더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1분기에만 매출이 벌써 전년 대비 30%가량 늘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노트북시장에서 약세라는 평가를 받는데요.
▶노트북의 경쟁력은 디자인입니다. 노트북을 고를 때 성능과 가격은 나중 문제죠. 한마디로 '감성'이 최우선입니다. 그동안 TG삼보의 노트북은 디자인 경쟁력이 떨어졌던 게 사실입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수십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 흥행돌풍을 일으키는 '에버라텍 스타'는 이같은 노력의 산물이죠. 반응도 대단합니다. 초기주문이 폭주해 오히려 우리가 물량확보에 애를 먹을 정도입니다. 이 제품 말고도 올해 친환경과 디자인 차별화로 노트북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걸겠습니다.



ⓒ송희진 기자 songhj@ⓒ송희진 기자 songhj@
―일체형 PC '에버라텍'이 최근 베스트바이와 월마트 온라인몰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하는 등 선전했다죠.
▶이 제품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누구도 보지 못한 새로운 제품'입니다. 기존 일체형 PC는 성능만 지나치게 높여놓거나 화면크기가 51㎝(20인치) 이상 제품들이 주를 이뤄 아무나 살 수 없었습니다. 이를 과감히 뒤집었습니다. 공간활용도를 고려해 46㎝(18인치)대 크기로 만들고 꼭 필요한 성능만 탑재해 가격경쟁력을 높였죠. 특히 LCD화면이 폴더형으로 접혀 벽에 걸 수 있다는 점은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예상 외 반응을 얻으면서 국내 PC업계 최초로 오프라인매장 진출도 타진 중입니다. 아마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같네요.

―해외시장에서 행보가 예사롭지 않은데요. 전체적인 사업전략은.
▶과거 삼보는 보급형 데스크톱을 만들어 타 PC 브랜드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공급을 해왔습니다. 그러다보니 매출은 많았지만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죠. 하지만 앞으로 자체 브랜드의 차별화된 제품전략을 통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을 벌일 것입니다.
노트북도 마찬가지죠. '에버라텍 스타'도 사실 삼성·LG가 아닌 애플과 소니를 상대로 만든 제품입니다. 현재 여러 모델을 새롭게 개발 중인데 모두 글로벌시장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은 애플과 소니에 버금가면서도 가격은 중저가인 제품이 바로 우리가 노리는 차별화 전략입니다. 가격만으로 승부를 거는 대만회사들과 다르죠. 올해 해외시장에서만 1000억원 가량의 매출을 기대합니다.

―최근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사업에 뛰어든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삼보의 강점은 공공 유통채널과 전국에 걸쳐 서비스센터를 갖췄다는 겁니다. LED조명은 초기 도입비용이 비싸지만 한번 도입하면 10년 넘게 씁니다. 이 때문에 계약성사 단계에서 사후서비스와 기업의 영속성이 절대적이죠.
삼보는 관공서와 학교시장에서 30여년간 발판을 다져온 영업채널과 전국 어느 지역이나 엔지니어가 출동해 현장에서 바로 수리를 해줄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습니다. 사후서비스를 책임질 수 있습니다. 특히 초기비용 때문에 고민하는 고객들을 위해 장기 금융리스 프로그램을 적용할 생각입니다.



―삼보를 인수할 때 셀런과 시너지를 노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인 비전은 있으신가요.
▶컨버전스 단말기시장에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SW) 기술력을 확보한 메이커가 유리합니다. 하지만 애플을 제외하고 대부분 PC제조사는 일종의 '깡통'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관계사인 셀런이 만든 인터넷 TV(IPTV) 셋톱박스는 쌍방향 인터넷이 되는 PC와 비슷합니다. 특히 내장된 SW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죠. 이를 삼보컴퓨터 PC와 결합하면 적잖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가령 IP TV PC가 그것입니다. 홈네트워크와 연계하면 더욱 창의적인 제품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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