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의 두얼굴…'고마운 친구' vs '살인마'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9.04.0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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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성학회 "발암성 과장하면 혼란…기준 마련해야"

돌솜. '돌 석'(石)자에 '솜 면'(綿)자를 쓰는 '석면'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름에서 보듯 석면은 광물(돌)이지만 솜과 같은 섬유의 성질도 갖고 있다. 광물에서 쉽게 뽑아낼 수 있고 효과도 탁월해 지금까지 석면은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고마운 물질로 평가됐다.

건축 단열재에 석면은 필수였다. 석면을 주재료로 한 슬레이트 지붕은 70~80년대 개발 시기에 널리 쓰였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판자촌을 회색으로 물들인 주인공이 바로 석면이다.



석면은 불의 확산을 막는 방화재, 내화재로 쓰였고 전기절연재, 파이프를 감싸는 보온재에도 들어갔다. 오래된 건물의 낡은 배관을 감싸고 있는 노란 솜이 석면이다.

그러나 석면이 치명적인 인체 유해성을 갖고 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용처가 급격히 줄었다. 관련제품 수입도 금지됐다.



◇석면 어디에 쓰이나=하지만 여전히 살충제 등을 만드는 데 쓰이고 종이 제조에도 일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레이크 장치와 바퀴 사이에서 마찰력을 일으키는 부품 '브레이크 라이닝'에도 쓰인다. 이런 탓에 자동차, 자전거에서 발견되며 세탁기에도 사용된다.

의약품에도 들어간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알약의 형태를 만드는 과정에 미량의 탈크가 쓰인다고 밝혔다. 석면이 포함된 탈크일 경우, 알약을 갈아서 먹을 때 석면 흡입 위험이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석면이 들어간 제품을 사용할 때 공기 중에 석면이 방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단 재활용하거나 폐기할 때 석면 함유제품을 분류해 적절한 방법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발암성 과장하면 혼란…기준 마련해야"= 그렇다면 왜 산업용품도 아닌 베이비파우더에서 석면이 검출됐을까. 석면의 효과나 기능 때문에 일부러 집어넣은 것이 아니라 '탈크'(talc)라는 물질에 묻어왔기 때문이다.

곱게 갈아 파우더 원료로 쓰는 탈크는 땅 속에 있는 것을 캐내서 쓴다. 석면이 들어 있는 '사문암'이라는 암석과 함께 채굴할 경우 석면 부위가 제거되지 않은 채 제품에 포함돼 '석면 파우더'가 될 수 있다.

국내에 석면과 그 유해성에 대한 연구는 미진하다. 석면과 관련된 전 세계 과학인용색인(SCI) 논문 5540여 편 가운데 국내 연구자들이 발표한 논문은 10여 편에 불과할 정도다.

한국독성학회는 3일 "문제가 된 베이비 파우더제품에 석면이 오염되면 피부에 바를 때 호흡기로 노출될 수 있다"며 "선진국에서도 베이비 파우더제품의 석면 기준치를 두고 관리하고 있으므로 우리도 조속히 기준을 마련해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그러나 "한번만 노출돼도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과장된 표현은 문제 해결보다는 혼란만 야기시킨다"며 "정상인의 폐에서도 석면이 발견되므로 노출량, 노출기간, 노출경로, 석면형태와 흡연여부도 고려해야 석면의 발암성을 규정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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