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 이라크 남부유전 개발 참여 무산

머니투데이 김창익 기자 2009.04.0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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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쿠르드 정부간 석유계약은 불법"

이라크 정부가 남부유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모든 국제입찰에 한국 기업의 참여가 어렵게 됐다.

이라크 정부가 한국과 이라크 내 쿠르드 자치정부간에 맺어진 유전개발 계약이 불법임을 들어 향후 이라크 내 유전개발에 있어 한국기업의 입찰 배제를 선언했다.

3일 관련업계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알-샤흐리스타니 이라크 석유장관은 2일(현지시각) 수도 바그다드에서 하태윤 주 이라크 한국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알-샤흐 리스타니 장관은 "(한국 기업과 쿠르드간) 계약은 이라크 법에 반하는 것"이라며 "한국석유공사와 SK에너지는 앞으로 이라크 정부 주관의 국제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두 기업이 이라크 정부가 실시하는 국제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쿠르드 정부와의 계약을 파기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었다.



같은 날 석유공사와 SK에너지는 이라크 정부가 남부 일부 유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2차 사전입찰자격심사에서 탈락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이라크 정부가 9개 석유기업에 입찰 자격을 줬는데 대부분 국영기업이고, 한국기업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2차 자격심사를 통과한 업체는 로스네프트, 타트네프트 등 러시아 국영기업, 카자흐스탄 국영기업인 KMG, 베트남 국영기업인 페트로베트남, 앙골라 국영기업인 소나골, 인도 국영기업인 인도오일, 파키스탄 국영 석유사, 일본 국영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 등 8개의 국영기업과 영국 카이른에너지PLC 등 9개 업체다.

석유공사와 SK에너지는 지난해 6월 추정 매장량 72억 배럴의 쿠르드 8개 유전에 대한 개발 계약을 맺었다.


이라크 정부는 한국과 쿠르드 자치정부간 계약이 불법이라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 왔다.

이 때문에 2008년 1월엔 SK에너지에 대한 원유 수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출 금지 조치 1년 후인 올해 1월부터 이라크 원유 수입이 재개됐다. 당시 SK에너지가 바지안 광구 등 쿠르드 유전개발에서 손을 떼는 조건으로 이라크 정부가 금수조치를 해제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어 SK에너지는 이라크 정부가 실시하는 남부 유전 개발건의 사전입찰자격심사에 참여하면서 이라크 정부와의 갈등이 해소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었다. 하지만 SK에너지는 바지안 유전개발에 계속 참여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엔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이 방한, 이명박 대통령과 남부 바스라 유전개발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양국 경제협력 관계가 급물살을 타면서 한국 기업의 이라크 남부 유전 개발 참여에 청신호가 켜지는 듯 했다.



하지만 이라크 석유장관의 이번 발언으로 쿠르드 8개 유전개발은 물론 향후 다른 이라크 내 유전개발 참여도 사실상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SK에너지의 관계자는 "이라크 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간에 석유이권 배분을 규정하는 석유법이 아직 통과되지 않아 바지안 유전개발의 불법 여부는 명확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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