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 성적표 '무용지물'

더벨 전병남 기자 2009.04.0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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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한국벤처, 등급 매겨 VC 평가...모태펀드 자금집행에 반영안돼

이 기사는 04월01일(09:2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도 학생처럼 1년에 한 번 성적표를 받는다. 모태펀드 운용 기관인 한국벤처투자(이하 한국벤처)는 투자 성과, 펀드 조성 현황 등을 계량화 해 벤처캐피탈을 평가한다. A+부터 E까지 벤처캐피탈 마다 성적은 천차만별이다.



한국벤처가 벤처캐피탈을 평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 국민의 세금인 모태펀드 자금의 합리적 집행을 위해서였다. 90여곳의 벤처캐피탈에 등수를 매겨 실력이 입증된 벤처캐피탈 중심으로 모태펀드 자금을 출자하자는 취지다. "국민의 돈으로 사업을 하기 때문"이란 명분도 자연스레 붙었다.

좋은 성적을 받으면 모태펀드 자금을 받는데 유리할 것이란 한국벤처의 설명은 벤처캐피탈 업계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3일간의 실사기간에 벤처캐피탈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성적이 나오면 희비가 갈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벤처캐피탈 업계의 반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성적에 별 상관없이 모태펀드 자금이 집행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지난 해 모태펀드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벤처캐피탈 관계자들은 "현재 벤처캐피탈 평가 자료는 (한국벤처의)내부 참고용 자료로만 쓰이는 정도"라며 "높은 점수를 받아도 이익이 별로 없고 나쁜 점수를 받아도 불익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깝다고 평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벤처가 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평가 결과를 공개해 벤처캐피탈 간 건전한 긴장관계를 조성시키기 보다는 낮은 등급의 업체가 반발할 것을 우려, 결과를 공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구심이 쌓여가자 공신력, 평가 잣대에 대한 볼멘소리도 들린다.

업계는 한국벤처의 벤처캐피탈 평가제도가 신용평가사가 내놓는 신용등급처럼 활성화 되길 바라고 있다. 높은 신용등급을 획득한 기업이 회사채를 좋은 조건으로 발행하는 것처럼 성적이 좋은 벤처캐피탈도 모태펀드 등 유한책임사원(LP,Limited Partner)으로부터 펀드조성 시 혜택을 얻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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