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다고 얕보지마! MID의 재발견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2009.04.04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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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Life~]리뷰- 유경 테크놀로지 '빌립 S5'

작다고 얕보지마! MID의 재발견


노트북과 휴대형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 휴대폰 등 정보기술(IT)기기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성능 대신 이동성을 강조한 넷북이 PC시장의 주류로 떠오르고, PC 성능을 갖춘 스마트폰이 휴대폰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PMP도 인터넷과 속속 결합되면서 엔터테인먼트 기기에서 정보기기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혜성처럼 등장한 모바일인터넷단말기(MID)는 이러한 시대적 조류를 그대로 대변하는 새로운 유형의 IT기기다. MID란 기존 PC와 동일한 운영체제(OS)에서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용도로 개발된 소형 디지털기기로, 주머니 속에 들어갈 정도로 작아 '포켓 PC'로도 불린다.



현재 출시된 MID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유경테크놀로지의 MID '빌립 S5'를 2주간 직접 체험해보면서 장단점을 따져봤다.

◇외양은 PMP, 성능은 넷북



작다고 얕보지마! MID의 재발견
다소 투박한 PMP?'. 제품을 받아 본 첫인상이다. 10.92㎝(4.8인치) 크기의 액정화면(LCD) 양쪽에 배열돼 있는 스피커 및 조작버튼. 요즘 유행하는 슬림형 PMP에 익숙한 이용자들에겐 약간은 두꺼운 사이즈와 무게도 쉽게 내키진 않을 듯싶다.

그러나 이 제품은 엄연한 PC다. 마이크로소프트(MS) PC 운영체제인 윈도XP를 비롯해 웹브라우저, 워드 등 PC에서 사용되는 프로그램이 모두 탑재돼 있다. 반면, 인텔의 MID용 아톰 프로세서를 탑재해 외투 주머니에 넣고 다녀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작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PC인 셈이다. 덕분에 지하철이나 버스, 혹은 커피숍 등 어디에서나 주머니에서 꺼내 사용할 수 있다.

와이브로 모뎀을 이용해서 이동 중인 지하철에서 인터넷 쇼핑몰에 직접 접속해봤다. 물품 주문에서 결제까지 아무 무리없이 진행됐다. 인터넷뱅킹도 마찬가지다. 크기만 작을 뿐 기존 노트북PC와 다를 바가 없다.


일반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PMP에선 풀브라우징이 지원되지만, 쇼핑이나 인터넷뱅킹에 반드시 필요한 액티브X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게 한계다. 노트북을 이용해도 되지만,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노트북을 꺼내놓고 사용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불편하다. 주위의 시선도 의식해야 한다.

무엇보다 넷북은 PC에서 내려받은 음악파일이나 동영상 파일을 PMP나 MP3플레이어처럼 옮겨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편리하다. 인터넷에 접속해 웹하드나 자신의 블로그나 싸이월드의 배경음악을 그대로 들을 수 있다. 또 인터넷 영화관이나 다음 동영상이나 판도라TV 등에 접속해 영상도 감상할 수 있다.



지하철 안에서 그날의 인터넷 핫이슈를 살펴보거나 네이트온이나 MS 윈도라이브 등 메신저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친구들과 대화하는 재미도 제법 쏠쏠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회사 메일을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MS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등 프로그램이 깔려있어, 첨부파일도 그대로 볼 수 있다. 그야말로 걸어다니며 PC를 즐길 수 있는 '워킹 PC' 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런 점이 '좋아'

작다고 얕보지마! MID의 재발견
빌립 S5에 채용된 3차원 큐브 사용자화면(UI)은 꽤 쓸 만하다. 큐브처럼 정육면체의 입체 박스에 각 면마다 아이콘을 채워 모두 36가지의 프로그램을 넣을 수 있는데, 손가락 터치로 마치 큐브처럼 돌려가며 프로그램을 찾거나 실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음악과 동영상 재생기,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 이동 중 자주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쉽고 빠르게 재생할 수 있다. 무선랜과 블루투스, 화면밝기 등 설정도 이 화면에서 한번에 조작할 수 있다. 3차원 큐브화면 상단의 'Exit' 버튼을 누르면 윈도 초기화면으로 자동 전환된다.

가상 키보드에서 지원되는 피드백 기능도 재미있다. 마치 햅틱처럼 자판을 누를 때마다 통통 튀는 손맛(?)이 제법이다. 오탈자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넉넉한 배터리 성능 아닐까 싶다. 한번 충전으로 출퇴근 혹은 외근 기준으로 이틀 동안 사용해도 끄떡없다. 물론 웹서핑과 가끔 음악을 듣는 용도로 사용했다. 유경측에 따르면, 이 제품은 동영상 기준으로 6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여타의 넷북에 비해 배터리 용량이 무려 2배나 많다.

윈도 대기모드 전환기능도 요긴하다. 큐브 화면 상단의 '저스트 온'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윈도 대기모드로 전환됐다가 다시 전원버튼을 누르면 윈도 부팅 시간없이 3초만에 윈도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대기 모드시 전력소모량이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2~3시간 후에 사용할꺼라면 전원을 끄기보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좋다.

◇이런 점은 '글쎄'

초기 제품인만큼 단점도 없지않다. 무엇보다 키보드 입력방식도 불편하다. 기능 선택이나 조작을 위해 단말기에 기능버튼을 두고 터치스크린과 3차원 터보 UI까지 지원하지만, 인터넷주소(URL)나 문서작성은 스크린에 반투명하게 나타나는 가상 키보드에 의존해야 한다.



빌립 S5에서 제공하는 가상 키보드는 두 손가락을 이용하는 방식. 때문에 키보드에 익숙해지면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작성하는 것보다는 빠른 타이핑도 가능하다. 사용한 지 2주 뒤에는 웹서핑이나 간단한 채팅을 즐기기에는 크게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문서작업이나 엑셀, 파워포인트 등 업무 용도로 적합하지 않다. 키보드 자체의 불편함도 있지만 화면을 가린 채 글자를 입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키보드 방식의 불편함 때문에 실제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서비스 제약도 많다. 온라인 게임이나 각종 오피스 프로그램 편집 기능이 대표적이다. 물론 USB 포트와 블루투스를 지원하기 때문에 외부 접이식 키보드나 마우스를 사용하면 해결되지만, 이 경우 차라리 미니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편이 나을 듯하다.

가장 큰 단점은 역시나 가격일 것이다. 이 제품의 시중 출시가는 모델별로 57만9000원에서 75만900원까지다. PMP는 고사하고 일반 넷북에 견줄만하다. 당장의 호기심에서 구입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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