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ㆍ의원님도 "펀드는 질렸어"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09.04.08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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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펀드 명가' 미래에셋 울다 웃다

장관ㆍ의원님도 "펀드는 질렸어"


몇년째 재테크의 지형도에는 펀드라는 큰 산이 존재해 왔다. 2007년에는 배산임수의 천하명당을 이루는 바탕으로 펀드가 각광받았다. 외국에서 수입된 조경목이나 대리석(해외펀드)도 있었다. 중국산(중국펀드)은 특히 돋보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애물단지가 됐다. 시원한 바람의 유입을 막고 산에 부딪친 구름이 주변에 비를 뿌리며 물난리를 일으키자 이상기후의 진원지로 비난받았다. 미국 등에서 불어 닥친 태풍(글로벌 금융위기, 리먼브러더스 파산 신청 등)은 아예 산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산을 강요했고, 급히 내려가려면 돈을 내라고 강요하는 지경(해외펀드 환헤지 비용 요구, 깡통펀드 소송사태 등)에까지 이르렀다.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을 굴리는 자산가들의 재산 목록에는 펀드의 대체재도 서서히 등장하고 있다. 펀드라는 산을 일구며 일어선 곳(미래에셋증권)은 산책로를 막고 있기도 하다. 펀드라는 산 주변의 지형도를 둘러봤다.

◆공직자 재산…천덕꾸러기 된 펀드



지난 3월27일 나온 공직자 재산 신고 결과(지난해 말 기준) 공직자들의 재산에서 펀드의 퇴조가 뚜렷하고 신협,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위원 중 재산 감소규모가 가장 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배우자의 예금액(펀드 포함)이 15억여원 순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에서 든 금융상품의 가치가 15억여원 줄어든 것이 뚜렷했다.

또 순감 2위인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미래에셋증권에 들어둔 금융상품의 가치가 8억원 정도 줄었다.


이들은 재산 감소 이유로 펀드 평가액 손실, 예금 조정 등을 사유로 들었다. 펀드에서 호되게 당한 이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도 고금리를 주는 제2금융권 등으로 옮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윤호 장관은 우체국 예금에 1600여만원을 넣었고 보험사로도 돈을 옮겼다. 유 장관의 배우자도 생보사 등에 돈을 더 넣었다.

또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이상희 국방부 장관 등은 ‘보수적’ 성향답게 급여저축 등으로 예금이 늘어 재산을 불렸다.



특히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가장 재테크를 잘한 국무위원으로 평가됐다. 급여저축, 이자수익 등으로 2억400만원 증가해 총 재산이 27억97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 장관은 농협, 외환은행, 신한은행 등을 주로 이용하며 펀드와는 일정부분 거리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대신 저축은행ㆍ신협ㆍ새마을금고

중앙은행 수장인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부부도 저축은행, 신협 등에 수천만원의 돈을 넣어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일 한은 부총재 부부도 은행 외에 4~5곳의 저축은행을 이용하며 수백만원씩의 돈을 더 넣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들은 저축은행 예금보장 한도(1인당 5000만원)를 넘기지 않았다.



재산 변동(7000여만원 증가)이 거의 없었지만 한승수 국무총리도 고향 주변의 신협에 수백만원대의 예금액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兆) 단위 자산가인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현대중공업 대주주)도 펀드 손실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동양종금증권에 넣어뒀던 펀드 등 금융상품이 7억2000여만원 정도 줄어든 것.

정 의원은 지난해 총선을 통해 지역구(울산 → 서울)를 옮기는 과정에서 동작구 일대의 새마을금고(사당, 상도, 흑석동 등)에 1000만~2000만원의 돈을 넣어둔 것으로 조사됐다. 그의 재산규모(1조6397억원)와 비교할 때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새마을금고가 펀드 손실에서 한발 빗겨날 수 있는 안전지대인 것만은 분명하다.



인천의 재력가인 조진형 한나라당 의원(재산총액 834억530만원)은 펀드 투자손실 등이 있었지만 비상장주식이었던 셀트리온 (205,000원 ▲3,500 +1.74%)의 상장과 공채 평가액의 증가로 오히려 재산을 10억원 이상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조 의원도 우리투자증권, 씨티은행, 하이투자증권 등에 맡겼던 펀드 평가액이 8억~14억원 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생보ㆍ손보사에는 돈을 더 넣었고 인천지역 새마을금고에 1000만 ~ 5000만원의 돈을 맡겨두고 있었다.

재산이 150억원인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의 재테크도 눈에 띄었다. 그는 증권사 금융상품 잔액이 2억5000만원 정도 줄었지만 부인의 저축은행 예금이 더욱 두드러졌다. 김 의원의 부인은 한 저축은행에 100억원을 정기예금으로 맡겨둔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명가' 미래에셋의 득실



펀드와 관련된 인식 변화는 펀드 명가로 꼽히는 미래에셋증권 (20,500원 ▼150 -0.7%)의 경영 전략도 바뀌게 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방배서래점, 학동역점, 서초로점지점 등 지점 15곳을 인근 지점과 통합한다고 3월27일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1월에도 지점 20곳을 인근 지점과 합쳤던 적이 있다. 영업점 대형화와 퇴직연금 등 자산관리 컨설팅 강화라고 공식적인 통합 배경을 밝히고는 있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펀드시장의 위축과 관련이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지점을 집중적으로 늘린 시기는 2006~2007년으로 펀드의 최전성기에 해당한다. 미래에셋의 야심작이었던 인사이트펀드를 들기 위해서는 번호표를 뽑고 줄을 서야 했을 정도라던 시절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당시 펀드 가입 고객의 편의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소형 점포를 꾸준히 개설했지만 최근에는 가입 고객이 뜸해진 만큼 지점 유지의 필요성이 그만큼 낮아지고 비용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영업점 대형화로 퇴직연금 등 자산관리컨설팅 서비스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이 펀드 위축으로 실(失)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금 고객에게 펀드를 권유하며 펀드 대중화의 최대 공신 역할을 했던 은행들의 펀드 판매 기피는 미래에셋에게는 되레 득일 수 있다는 것.



푸르덴셜투자증권은 은행들의 펀드 판매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상위 대형 운용사 위주의 자금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국내 최대 자산운용그룹 계열의 미래에셋증권 (20,500원 ▼150 -0.7%)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게 푸르덴셜증권의 관측이다.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펀드판매 절차가 복잡해졌고 시장 급락에 따른 대규모 손실 경험으로 펀드 고객이 급감하면서 인지도가 높아 이해가 쉽고 수익률이 높은 펀드 위주로 판매될 수밖에 없다는 것.

판매창구로도 미래에셋증권이 부각될 수 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외형이 더욱 성장하면서 주문 수탁 등 미래에셋증권과의 시너지가 돋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적립식펀드의 판매 잔액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7조6890억원(2월 말 기준)으로 2~3위 회사(69조~72조원)들을 3~4배가량 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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