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박지성, 그리고 갈매기의 꿈!

김창모 새빛인베스트먼트 상임위원 2009.04.0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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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모의 선물옵션 상대패 훔쳐보기

“높이 나는 갈매기의 눈에는 모든 것이 잘 보인다”

리처드 버크의 ‘갈매기의 꿈’에서 했던 말이다. 곱씹어 볼수록 의미가 깊은 말이다.

인생을 살면서 작고 사소한 것에 집착한 나머지 종종 더 크고 좋은 기회를 잃어버리고 놓쳤던 경우가 참 많았던 거 같다. 오늘에만 집착한 나머지 내일을 보지 못한 어리석은 근시안적 사고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음을 알면서도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욕심만 앞세우는 것은 스스로에게 짐만 될 뿐인데도 말이다.



김연아 선수!

쇼트 스케이트 프로그램에서 세계 최고 점수를 받으며 세계 선수권 대회 순위 1위에 오른 국민 피겨 요정이다. 참 대단한 선수다. 1등을 해서가 아니라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 있게 연기를 펼쳐 보이는 얼굴 표정에 담겨져 있는 자신감을 말하는 것이다.



그 자신감은 보이지 않는 수많은 시간의 연습이라는 고통이 없었다면 결코 표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더 많은 삶을 살아온 인생 선배로서 오히려 부끄러울 뿐이다.

김연아 선수가 연기를 마친 순간 스테이플 센터의 미국 관중들은 환호성과 함께 모두 기립박수를 보내는 모습에서도 작은 전율을 느꼈다. 연기를 하는 선수나 멋진 연기에 답례를 보낼 줄 아는 관중들이나 참으로 멋진 선수이고 멋진 관중이라는 생각이다.

WBC 세계 야구 선수권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후 시상대에서 메달을 목에 걸지 않은 이용규 선수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아마도 더 멀리 그리고 더 높이 날기 위한 몸짓의 굳은 표현이아니겠는가!


필자는 축구를 참 좋아한다. 다른 것은 금방 잊어버리는데도 축구에 관한 것들은 한번만 들어도 잘 잊어버리지 않는 걸 보면 정말 축구 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역 선수로는 박지성 선수를 가장 좋아한다. 박지성 선수가 빅 리그의 명성 있는 선수라서가 아니라 ‘산소탱크’라는 애칭답게 그라운드에서 한시도 쉬지 않고 열심히 뛰어다니며 수많은 찬스를 만들어낼 줄 아는 능력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자주 그의 골 능력을 의심하곤 한다. 하긴 공격수로서 골을 많이 넣는다는 것은 중요한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매 인터뷰에서 그런 질타에 그다지 게의치 않고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비겠노라는 박지성 선수의 성숙함이 더 맘에 들 뿐이다.

정상에 서 본 사람은 그 정상이 오히려 상당히 고통스럽다고 한다. 2등일 경우에는 바라보면서 전진할 명분과 대상이 존재하는데 정작 1등이 된 후에는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엄청나다고 한다.

어찌 보면 평생 2등이 더 편할지도 모를 일이고 위험 자산을 매매하는 우리로서는 한번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이다. 수익을 내고 팔았는데도 불구하고 판 주식가격보다 더 오르면 꼭지에서 팔지 못했다는 생각에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생기는데 하물며 손실을 보고 팔았다면 오죽 하겠는가?



더구나 양날의 칼날이 있는 선물옵션 시장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예측한 방향대로 움직이지 않고 포지션의 반대방향으로 지수가 움직여버리면 곧바로 손실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필자가 항상 강조하는 “예측과 대응”의 논리이다.

시장을 분석하지 않고 매매를 한다는 것은 뇌동매매에 불과하고 뇌동매매로는 시장에서 결코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예측의 영역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고 신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예측보다 더 중요한 것이 ‘대응의 논리’이다. 이것이 결국 신의 영역을 인간의 영역으로 만드는 순간이다. 예측대로 시장이 움직이면 베팅력을 키우면 될 것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시장에 순응하는 자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예측과 대응’ 이것만이 시장에서 퇴출당하지 않고 영원히 살아남는 고기 잡는 법이 될 것이다.

욕심과 기대는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지수가 급등을 보이면서 바닥대비 약 20~25%정도 상승했다. 비관론적인 시장관을 지니고 있던 필자로서는 다소 곤혹스런 부분이다. 그렇지만 필자는 시장에 순응하면서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지난 일요일 이라크와 평가전을 가진 축구 대표팀에 이근호라는 선수가 있다. 언젠가 상암동 축구경기장에서 이 선수를 처음 실제로 보았다. 당시는 공격수로서 조커에 불과했다. 체구도 작고 별로 눈에 띄지 않았는데 한가지 인상적인 것은 참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빈다는 것이었다.

현재는 소속팀이 없는 무적선수다. 빅리그 진출을 타진하다 성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평가전에서 골을 넣고 골대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는 장면과 자기를 믿고 다시 기다려준 감독에게 바로 달려가 안기는 장면에서 작은 전율을 느꼈다.
얼마나 심적 고통이 컸을까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지만 환하게 웃는 모습에서 필자는 영원한 이 선수의 팬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봄이다.

이제 제법 바깥 날씨에 몸을 의지한 채 걷기 좋은 따사로운 햇볕이 기분 좋게 느껴지게 하는 그런 계절이다. 바다든 산이든 가까운 곳에라도 가서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무언지 모르는 압박감과 책임감이 인생을 사는 모든 동안 엄습해오는 것은 아마도 인간에게만 주어진 고통인가?



누군가 그랬지? 그래도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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