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3150억 반환소송 최대한 미룬다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9.04.0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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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채권자 산업은행과의 관계 변수
- 금융시장 충분히 안정될 때까지 보류 가능성


한화그룹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우조선해양 인수 이행보증금 3150억원을 돌려받기 위한 소송을 최대한 늦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소송과 같은 적극적인 회수 노력이 없을 경우 주주재산의 훼손을 방치했다는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결국 소송을 제기하겠지만, 산은과의 관계를 고려해 소송 제기 시점은 가급적 미룰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화그룹 고위 관계자는 1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산은에 냈던 이행보증금 3150억원의 반환을 위해 소송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그러나 아직 확정된 것은 없고,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서둘러 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당초 재계 일각에서는 한화그룹이 지난 20일 관련 계열사 주주총회를 전후해 반환 소송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한화그룹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한화그룹은 이행보증금 반환청구 소송을 위한 대리인으로 법률사무소 김앤장을 내정해두고도 아직 공식적인 선임 계약을 맺지 않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소송을 서둘러 제기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법적인 논리를 착실히 준비한 뒤 적당한 시기에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이 소송을 서두르지 않는 주된 이유는 산은과의 관계에 있다. 소송을 제기할 경우 그룹의 최대 채권자 가운데 하나인 산은과 갈등관계에 놓이게 된다는 점이 부담이다. 현재 한화그룹이 산은과 그 자회사인 산은캐피탈로부터 받은 여신은 약 2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단기차입금이다.


지난해 말 글로벌 신용경색의 여파가 미처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산은이 자칫 만기연장을 거부하기라도 할 경우 한화그룹으로서는 곤란할 수 밖에 없다. 몇 년이 될지 모르는 소송 기간 동안 이런 위험을 안고가야 한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금융시장이 충분히 풀릴 때까지 소송을 미루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상당기간 소송을 미루더라도 결국은 소송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3150억원에 달하는 회사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화 등 관련 계열사 경영진들이 배임 논란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산은은 지난 1월22일 한화 컨소시엄과의 대우조선 매각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고 공식선언하고, 한화가 지난해 냈던 3150억원의 이행보증금도 돌려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쌍용건설 인수가 무산된 동국제강의 경우 지난 2월 쌍용건설 인수를 위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줬던 입찰보증금 231억원을 돌려달라며 캠코 등 8개 금융기관을 상대로 이행보증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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