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카르트 뷔르츠너 독일 하이델베르크 시장(48, 사진)은 하이델베르크가 친환경도시로 거듭난 비결을 이같이 설명했다. 뷔르츠너 시장은 30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 기업협의회(KBCSD) 정기총회'에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하이델베르크는 독일 남서부에 위치한 인구 15만명의 중소도시다. 6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하이델베르크 대학이 자리하고 있고 칸트와 헤겔이 산책했던 '철학자의 길'이 있는 전통과 문화, 교육의 도시다.
하이델베르크는 이미 1994년에 가정용 건물과 상업용 건물, 기업 사업장, 학교, 관공서 등이 소비하는 에너지원과 물 등 자원의 양을 실시간으로 점검해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학교가 에너지 소비를 줄여 생긴 여유 자금은 교육재정 확충과 학생 복리증진에 썼다. 시립 동물원은 시설 내 오물과 동물의 분뇨를 발효시켜 얻은 가스를 태워 전기를 생산했다.
시내 곳곳엔 태양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설비와 지하수의 열을 건물 냉난방에 사용하는 시스템을 속속 도입했다. 지역 내 중소기업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안과 청정에너지 설비를 도입할 때 드는 비용 등을 고민하면 시에서 무료로 환경경영 자문 서비스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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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르츠너 시장은 "다른 도시보다 산업기반이 열악하다는 단점을 기회로 살리기 위해 각계의 지식을 최대한 동원했다"며 "시민들의 집단지성이 발휘해 현재와 같은 친환경 도시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화학·기계·제철로 유명한 루르 공업지대와 달리 하이델베르크는 산업기반이 취약했지만 고급지식을 보유한 인적자원이 풍부했기 때문에 친환경 도시로 빨리 탈바꿈할 수 있었다.
뷔르츠너 시장은 "노후설비를 바꾸든 신식 설비를 도입하든 지역 내 일자리를 만드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지역 내 기업들도 그간 새로운 시장을 신속하게 창출하는 능력을 갖춰왔기 때문에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운 때도 기존 일자리 수를 줄이지 않고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10여년의 경험을 통해 개개 시민과 기업들이 에너지 절감으로 얻은 비용을 신사업 투자나 일자리 창출 등에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 역시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