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대신 부도 걱정 '동유럽 상징'

부다페스트(헝가리)=김익태 기자 2009.03.3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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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금융강국 코리아] <제1부> 글로벌 금융 대격변기(2)

국제 위기에 수출감소, 실물경제 직격탄
서유럽 모은행 손실 직결... EU 지원 예상


'두나(다뉴브)강의 기적'을 꿈꾸며 동유럽 부국으로 부상하던 헝가리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실물경기가 침체되면서 성장률이 급락하고 소비는 크게 위축되는 등 경제지표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과도한 대외부채를 상쇄할 만한 외환보유액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국가부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2009년 3월의 헝가리는 1980년대 후반 옛 소련 붕괴 후 체제 전환을 겪은 중·동유럽국의 현주소를 극명히 보여준다.



◇동유럽 경제위기의 상징=지난해 4분기 헝가리의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5%로 예상보다 부진했다. 헝가리의 주력 수출시장은 총 수출의 57%를 차지하는 유로지역인데, 이 지역의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 올 1월 중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1% 감소했다. 이로 인해 올해 경제성장률이 -5%를 보일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기적 대신 부도 걱정 '동유럽 상징'


서유럽 금융기관들이 경기침체와 연쇄부도를 우려해 부채축소(디레버리징)에 나서면서 포린트화 가치도 급락했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10월부터 두달 사이 정부채권 매각 등을 통해 무려 30억유로 이상을 회수했다. 헝가리는 통화가치 하락과 외환 부족으로 대외차입금 상환이 어려운 지경으로 내몰렸다.

스탠더드&푸어스(S&P)는 지난해 11월 헝가리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낮췄고, 이후 전망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아 시장이 안정된 올 1월에는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가 328.78bp까지 내려갔으나 최근 609.18bp까지 급등했다.



헝가리에 투자한 기업들은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폐쇄를 결정하고 있다.아우디헝가리는 지난 2월 하순 엔진 및 자동차공장 생산을 중단했고, GE헝가리는 2월에 2주간 공장가동을 중단한데 이어 4월부터 11월까지 주4일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KDB헝가리의 코바츠 리벤트 부행장은 "헝가리는 과다한 대외부채와 경상수지 적자 부담 등으로 대외차입금 상환능력에 의심을 받고 있다"며 "신용경색에 시달리는 서유럽은행들이 자금을 계속 회수하면서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동유럽국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기적 대신 부도 걱정 '동유럽 상징'
◇"국가부도는 없다"=정작 헝가리는 외부의 우려는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IMF에 따르면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동유럽국가에서 3%를 넘고, 헝가리는 3.7%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경상수지 적자는 통화가치 및 주의 하락, 해외자본 이탈 등으로 이어져 금융시장 여건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지난 20일 포린트 환율이 유로화 대비 312.25포린트로 폭등했다. 그러나 야노스 베레스 헝가리 금융부 장관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총단기부채는 300억유로고, 이중 정부부채는 30억유로에 불과하다"며 "국가파산을 우려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베레스 장관 외에도 부다페스트에서 만난 헝가리 금융기관 인사들도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을 한결같이 부인했다.

니에시 레조 헝가리 은행연합회장은 "IMF 구제금융 등으로 단기외채를 감당할 수 있고,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서 유럽 중앙은행에서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지급보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BNP파리바-세틀렘은행의 랜드버이 야노쉬 행장 역시 "헝가리은행의 부실은 서유럽의 모은행 손실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EU가 이 점을 간과할 수 없으므로 지원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유럽은행 각축=현재 헝가리에선 총 31개 상업은행이 영업을 하고 있다. 헝가리 은행권에는 금융시장 개방이 이뤄진 뒤 서유럽은행들이 대거 진출했다. 서유럽은행들은 헝가리 현지 은행을 인수해 자회사로 두었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독일 등 인접국 은행 자회사들이 전체 소매금융시장의 80%가량을 장악했다.

이들 은행은 최근 4년 동안 이익을 축소하면서까지 외화대출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포린트 환율이 급등하자 외화대출을 중단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나서 현재는 예수금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환율 상승에 따른 가계의 채무부담이 커 부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야노쉬 행장은 "은행들이 외화대출을 중단하는 등 노출된 위험(익스포저) 축소와 동시에 금리인상 등 이익확대를 꾀하고 있다"며 "서유럽국이 자국 은행은 물론 헝가리내 계열은행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상황이 호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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