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의 드라이브, 성공할까?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9.03.2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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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관제철소 내 후판공장 시험가동, 통상 생산 3개월이지만 4개월 전 시작
- 내년 경기회복 예상하고 때맞춰 물량 쏟아내기 위한 것
- 자동차도 미국 등지에서 파격 마케팅


정몽구 회장의 드라이브, 성공할까?


지난 21일 토요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본사 사옥. 헬기의 요란한 프로펠러음이 사옥을 뒤흔든다. "회장님 또 당진 가시나 보다." 정몽구 회장(사진)은 금요일까지도 바쁜 일정으로 다녀오지 못하면 토요일에라도 충남 당진에 꼭 다녀온다.



정 회장의 끊임없는 독려로 2월 중순까지 당진 일관제철소 고로(용광로) 1∼2기의 종합 공정률은 58%였다. 당초 목표의 103%에 해당한다. 공사의 빠른 진척을 바탕으로 현대제철은 일관제철소의 일부인 조선·토목용 후판공장의 시험가동 시점을 생산 목표 시점인 올 12월보다 4개월 앞선 8월로 잡았다. 철강업계에서는 통상 시험가동을 생산 3개월 전으로 잡는데 이보다 1개월 빠른 것이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공격경영을 진두지휘하는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의 이른바 'MK 드라이브'가 주목받고 있다. 당진의 일관제철소 투자를 가속화하는 한편 미국 자동차시장에서는 '실직시 환매보장'과 같은 파격적 마케팅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경기가 내년부터 회복할 것으로 보고 과감히 승부수를 던진 정 회장의 판단이 과연 들어맞을까.



현대제철은 내년 4월 일관제철소의 본격적인 가동과 동시에 국내 철강시장에서 포스코와 정면승부를 벌이기 위해 시험가동을 앞당겼다. 양산 이전에 불량률을 최대한 낮추고 품질을 높여 시장에 조기에 안착한다는 계획이다.

정 회장은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빠르면 올해말, 늦어도 내년 초부터는 철강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년 4월 일관제철소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경기회복기에 맞춰 물량이 쏟아져나온다는 점에서 일관제철소 건설은 시기적으로 적절한 선택이었음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관제철이란 철광석과 석탄으로 쇳물을 만드는 '제선', 쇳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제강', 철강 반제품을 눌러 후판 등 철강제품을 만드는 '압연' 등의 공정을 한곳에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일관제철소는 포스코의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뿐이다.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가 완성되면 우리나라에서는 2번째로 일관제철소를 가진 회사가 된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77년 일관제철소 설립계획을 발표한 뒤 30여년 만에 현대 일가의 숙원이 이뤄지는 셈이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정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공격 드라이브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자동차를 산 뒤 1년 안에 실직을 당하면 차를 되사준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마케팅을 벌였다. 결과는 대성공. 지난 1월 현대차의 미국 내 판매량은 2만4512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나 늘었다. 미국 내 주요 자동차 업체들 가운데 판매 실적이 늘어난 곳은 현대차가 유일하다. 현대·기아차는 이 같은 '나홀로 선전'에 힘입어 미국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점유율 7%를 돌파(현대차 3.7%, 기아차 3.4%)했다.

정 회장은 또 지난달 미국과 유럽을 방문, "글로벌 판매 확대를 통해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자"며 판매를 적극 독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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